정부 제안은 조세감면폭을 축소하는 것이니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종 비과세ㆍ감면제도로 깎아주는 세금이 세수의 14%에 해당하는 32조원에 이른다. 이런 파행적 구조는 조세형평성이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비과세ㆍ감면 대상을 항목별로 하나하나 줄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몰시한을 넘겨도 연장되기 일쑤다. 정부가 소득세 감면상한제를 정치권에 입법화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현실적 고민의 결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 제안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감세기조에 충실했던 현정부의 조세정책과 어긋난다. 왜 이제 와서 느닷없이 부자증세 카드를 꺼내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 방안은 지난 여름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없었던 내용이다.
그러니 이 방안은 정부 내부에서 충분히 검토됐을 리 만무하다. 감면한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세수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기본적인 시뮬레이션조차 안 돼 있다. 이제서야 실무검토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어느 계층에게 얼마나 세부담이 늘어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식으로 개념만 제시한다면 각론은 정치권이 알아서 해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는 가급적 새로운 정책도입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처럼 급조된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기 정부의 정책과제로 넘기는 것이 좋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