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30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한나라당 출입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시 이상돈 비대위원이 '친이명박계 용퇴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위원님들 간에 합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의견이 나갔으면 좋겠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에 대해 "(이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한 논란을) 극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우리는 비대위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딴지'를 걸었다. 뒤이어 김세연ㆍ주광덕 의원의 재반박이 이뤄지면서 회의는 활기를 띠었다.
한 달이 지난 1월30일.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당의 정강ㆍ정책 개정안을 두고 "(앞으로) 우리 당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말한 뒤 곧장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시켰다. 원탁에 둘러앉은 비대위원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논쟁과 의견 표출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버렸다.
정치 평자들은 이를 두고 박 비대위원장이 다른 비대위원들의 돌출 발언 등으로 인해 당내 화합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파격적'으로 구성된 외부인사 중심의 비대위가 구성됐을 당시 국민이 원하는 모습은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해 거침없이 문제점을 제기하는 비대위원들의 모습이었다. 껍질을 깨는 '건강한 소음'에 대해 국민들은 높은 점수를 줬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비대위에서는 소리는 사라지고 침묵만 이어지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비대위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굳이 27세의 젊은이부터 재벌개혁의 기틀을 만든 좌측의 인물까지 영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비대위가 조용해질수록 결국 여론의 화살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돌아올 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비대위의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런 맥락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거침없는 '딴지'가 난무하는 비대위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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