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의 소비자ㆍ생산자물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그동안 인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려온 중국경제가 이제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6.5%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6월에 2.2%까지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중국경제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실시한 4조위안의 재정부양책 등 경기확장 정책에 따른 부동산 등 자산 버블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려왔다.
홍콩 소재 다이와증권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중국 당국에 위협요인이 아니다"라며 "7월 소비자물가는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물가압력에서 벗어남에 따라 좀 더 자유롭게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됐다.
하지만 이날 동시에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기 대비 2.1% 하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 산업수요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자물가가 잡힌 것은 중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의 마이너스 증가폭이 확대됨에 따라 이제 산업생산 위축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싱가포르 소재 OCBC은행의 동밍시에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자물가지수 하락세 지속은 생산요소 가격 하락에도 기인하지만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근본적으로 실물수요 자체가 위축되는 것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며 "향후 몇 개월간 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경제가 이번주 기로에 섰다. 9일 소비자물가(6월)가 나온 데 이어 10일에는 6월 수출입동향, 오는 13일에는 2ㆍ4분기 성장률 등 주요 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중국경제의 향방 및 그에 따른 정부의 경기부양 강도가 가닥을 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경기뿐 아니라 6월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가 50.2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내수경기도 악화하면서 2ㆍ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CICC는 최근 2ㆍ4분기 성장률을 정부의 마지노선(7.5%)보다 낮은 7.3%로 제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7.6~7.7% 안팎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장쑤성 등 지방 시찰에서 "경기하방 압력이 매우 크다"며 "선제 차원의 미세조정과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말해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하강에 대비해 올 초부터 이미 적극걱인 통화ㆍ재정정책을 구사하고 있어 2ㆍ4분기를 저점으로 3ㆍ4분기부터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 소재 우리하나투자자문의 유동원 리서치센터장은 "2월부터 통화를 풀고 재정적자 규모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경기부양 조치를 해왔다"며 "올 3ㆍ4분기에는 8.4%의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쨌든 13일 발표되는 2ㆍ4분기 성장률 및 산업생산 등 주요 지표에 따라 정부의 경기부양 강도가 정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성장률이 7%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재정적자 폭을 늘리며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감면, 가전ㆍ자동차 보조금제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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