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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日, 때론 불확실성도 필요하다


일본은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지수'가 높은 사회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모든 인간은 생활 속에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경우 위협을 느끼는데 일본처럼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가 강한 사회에서는 모호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불안을 느낀다. 이에 따라 각종 법적·제도적 장치나 매뉴얼을 통해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데 이러다 보니 일본 사회를 통칭 '매뉴얼 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지수가 92점으로 조사 대상 53개국 중 7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매뉴얼 사회'에서는 규칙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규칙이 있어야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고 바쁘게 지내야 편안하게 느끼며 계속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메뉴얼엔 효과적 대처 '매뉴얼 사회'는 사회적 변화가 완만한 산업화 시대에 매우 효율적인 사회였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일본은 매뉴얼과 근면으로 미국이 힘들게 개발한 제품을 경소단박(輕小短薄)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미국과의 경쟁이 가능했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는 지났다. 창의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발견하기 어려운 요즘 일본사회에서 주커버그의 '상상력'과 스티브 잡스의 '용기'를 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또한 '매뉴얼 사회'는 미리 준비한 매뉴얼이 정한 상황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만 이를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마련이다. 일본 매뉴얼은 쓰나미 파고가 10m에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에 최고 24m의 쓰나미가 터지자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더 큰 문제는 매뉴얼에서 정한 예상을 뛰어넘는 재해 상황에서도 기존 매뉴얼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일본 방위성이 "자위대는 요청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는 매뉴얼을 고집했기 때문에 원전사고 초기 자위대가 원전냉각 작업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원전에서 네 차례나 폭발이 일어난 후에야 자위대가 투입된 것은 매뉴얼에 대한 집착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준다. 식료품과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운송차량 휘발유 부족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도 일본 같은 '매뉴얼 사회'의 비극이다. 이재민 50만 명 정도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이 준비됐지만 이를 전달할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운송루트를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지식정보사회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두 예상하여 대응 매뉴얼을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식정보사회 조직과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다름 아닌 '기민성(Agility)'이다. 일본의 조직과 리더는 이러한 측면에서 때로는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불확실성'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매뉴얼화 할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벗어난 상황 대처에 필수적인 '기민성'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긴급 상황땐 기민성 발휘해야 일본과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법률ㆍ규정ㆍ핸드북ㆍ매뉴얼을 만드는 것에는 몰입하지만 지키는 것은 별 관심이 없다. 최근 일본 대참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시한 울주군 해안 지역 민방위훈련을 보면 훈련에 참가한 주민이나 외지 관광객 모두 비상시 행동요령도 몰랐고 어디로 대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일본 같은 '매뉴얼 사회'도 대형 재해 및 재난 시에 문제이지만 우리처럼 매뉴얼은 '지키기'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위해 존재하는 사회는 더 큰 문제이다. 절대 있어서 안 될 일이지만 이번 일본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해볼 때 끔찍하게 느끼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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