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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스 '베네수엘라 골프 개척자' 우뚝


베네수엘라의 ‘골프 난민’이나 다름 없던 조나탄 베가스(26)가 마침내 고국의 ‘골프 개척자’로 우뚝 섰다. 베가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골프장 파머코스(파72ㆍ6,930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투어(PGA) 투어 봅호프클래식에서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이날 대회 5라운드에서 한때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기도 했으나 최종합계 27언더파 333타로 개리 우드랜드, 빌 하스(이상 미국)에 동타를 허용한 그는 두번째 연장전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파 세이브에 성공해 정상에 올랐다. 베네수엘라 마투린에서 태어난 베가스는 2002년 골프채만 들고 미국으로 왔다. 골프를 ‘사치성 오락’으로 치부하는 베네수엘라를 떠나 골프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7년간 택지 마련을 이유로 골프장 6곳을 강제 폐쇄시켰다. 텍사스 대학과 PGA 2부투어를 거친 그는 이번 시즌 베네수엘라인 최초로 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올해 2번째, 지난해부터 통산 5번째 출전한 정규투어 대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원동력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강한 인내심이었다. 이날 전반 4타를 줄이며 순항하던 베가스는 후반 들어 가까스로 파를 지켜가다 결국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첫번째 연장전에서는 디펜딩챔피언 하스가 파에 그쳐 탈락했다. 10번홀(파4)에서 치른 두번째 연장전에서 베가스는 드라이버 샷을 물에 빠뜨려 위기를 맞았다. 157야드를 남기고 친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캔자스 대학 농구선수 출신으로 역시 신인인 우드랜드도 긴장한 듯 두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고 벙커 샷을 그린 반대편까지 보내는 실수를 했다. 우드랜드가 퍼터로 친 네번째 샷이 홀을 훌쩍 지나치자 베가스는 4m 거리의 파 퍼트를 집어 넣으며 92홀에 걸친 승부를 마감했다. 베가스는 힘찬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고 어린 시절 아들에게 막대기와 돌멩이로 골프를 치도록 이끌었던 아버지 등 가족들의 표정도 비로소 환해졌다. 2라운드 선두에 나선 뒤 ‘차베스 대통령과 골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던 베가스는 “PGA 투어에 갈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가스는 90만달러의 우승상금과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편 재미교포 케빈 나(28ㆍ나상욱)는 5타를 줄이며 공동 5위(24언더파)에 올라 코리안군단 가운데 시즌 첫 톱10에 입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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