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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상주 남측 인력을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880명으로 제한시켜 입주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이처럼 고강도의 제한 조치를 내놓은 것은 강도 낮은 압박책으로는 그 동안 북측이 줄기차게 주장한 6ㆍ15, 10ㆍ4 선언 전면이행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MB)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이 바뀔 때까지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카드보다 강력한 수를 계속 던져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제한한 이유는= 북측이 지난 24일 개성관광ㆍ경의선열차 중단과 개성공단 상주인력 제한을 통보한 이후 우리 정부는 "현재 북한 체류증을 가진 개성공단 인력 4,168명 가운데 1,600~1800명 정도는 12월 1일 이후에도 상주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체류 허가자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보였다. 그 동안 평일에 개성 상주 인원이 1,800여명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12월 1일부터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1,600~1800명 수준으로 제한한다 해도 개성공단 기업 활동에 큰 차질을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북측이 880명으로 개성 상주 인력을 제한한 것은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의 빈틈을 노린 조치다. 우리 정부의 대북 상황 관리 허점을 무너뜨리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상주 인력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효과까지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추가 카드는= 북한은 개성관광과 남북열차운행 중단 등 개성공단 폐쇄 외엔 사실상 내놓을 수 있는 강력 조치는 다 취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후 카드 이전에 압박 효과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서해상의 미사일 발사나 각종 대북 매체를 통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불만이 고조될 경우 경제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우리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일시적으로 전면 차단하는 강수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남북간 합의사항 위반이라는 따가운 시선과 실제 개성 공단이 중단될 경우 연간 2,5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개성공단 수입 포기를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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