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며 교체론에 불을 지피며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차하면 친박계가 포진한 최고위원들이 당무를 거부해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 후폭풍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며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 이상 유 원내대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박 대통령이 인생 신조로 여기고 있는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가 없으면 함께 할 수 없다)' 원칙이 당청(黨靑) 관계에서 깨어진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는 더 이상 국정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격앙된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전혀 공유하지 않고 '따로국밥' 목소리를 내며 자기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갖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고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서도 적당하게 야당과 타협했다"며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그 정도로 얘기했으면 잘 알아들었을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국정철학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어깨동무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새누리당 내부에서 현재의 상황을 잘 판단해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사퇴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 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최고위원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 대해 "말로 장난하는 것이 정치냐"고 날을 세웠다. 친박 중진이자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이한구 의원은 "사과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를 제대로 못 살피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자진 사퇴 외에는 길이 없다"고 압박했다.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의 거취는 일단락된 것이 아니다. 진퇴를 논의한다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의 결정을 종용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했던 이장우 의원은 "지금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당청 갈등은 계속되고 의원들 간 불신만 더 쌓여갈 것"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수위를 높였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반격에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쇄신파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가 만나 다시 상의해볼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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