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휴대폰업계 제왕이었던 핀란드의 국민 기업 '노키아'의 추락이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노키아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급기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외곽 에스푸에 위치한 본사(사진)도 매각한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혁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노키아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시장에서 혁신 흐름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대변인은 이날 "본사 건물을 매각해 핵심 부문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키아 측은 본사 건물을 매각한 후 임차해 사용할 것이라며 본사 이전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6년부터 16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노키아 사옥은 유리와 철제로 구성된 외관을 자랑하며 1,800명에 달하는 본사 직원들의 자부심과도 같은 곳이라 직원들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현지 신문인 일타사노마트는 노키아 사옥의 가치가 2억~3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노키아가 본사 건물까지 팔기로 한 것은 계속된 영업 부진으로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ㆍ4분기 14억유로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노키아의 현금자산은 42억유로로 전 분기에 비해 14%(7억유로)나 줄어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노키아의 장기신용등급을 'BB+'에서 두 단계 낮은 'BB-'로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말께 노키아의 현금이 30억유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노키아는 또 오는 2014년 초에 12억5,000만유로에 달하는 채무를 상환해야 해 자금 압박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노키아가 스마트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사가 개발한 운영체제를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들어가게 된 것도 본사 매각의 이유로 꼽힌다. 노키아는 7월 내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하고 30억유로를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865년 설립된 노키아는 종이ㆍ고무ㆍ통신ㆍTVㆍ컴퓨터사업을 거쳐 1990년대 휴대폰까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살아남았다. 노키아는 1998년 전세계 휴대폰시장 1위로 올라선 후에도 10년 동안 혁신의 끈을 놓치지 않고 왕좌를 지켜왔다. 하지만 노키아는 2011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시장에서 혁신의 실패로 애플과 삼성 등 경쟁업체에 밀려 2류 기업으로 밀려났다. 3일 핀란드 증시에서 노키아의 주가는 2.046유로로 마감해 2007년 11월(주당 28유로선)의 10분의1 수준에 그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