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격인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전날 열린 경제3 단체장과의 합동 회견에서 “지금 일중, 일한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과 하세가와 야스치카 경제동우회 회장도 “정상끼리 만나는 것 밖엔 타개책이 없다”며 한일ㆍ중일 양자 회담 추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본 경제단체장들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올초 연두 소감에서 신군국주의 노선을 노골화하는 등 우경화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일본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012년 9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벌어졌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중국에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한국ㆍ중국 업체들도 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 대표 가운데 60%가 최근의 중일 갈등과 관련, “일본 업체와의 협력 관계가 정치적 문제 때문에 깨질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 대표들 역시 응답자의 8%가 “일본 업체와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의 잇딴 우경화 행보가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간신히 살려놓은 자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 회견에 앞서 열린 경제 3단체 신년 모임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인사말에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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