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위의 예산 증액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역구를 재정보다 우선시하는 악습이 아무렇지도 않게 재연되는 마당이라면 상임위별로 증액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 눈에는 올해 세수가 14조~15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예산심의는 뒷전이요 떡고물에만 관심을 갖는 국회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불신에 찬 조소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여야 극한대립으로 공전해오다 법정기일을 눈앞에 두고서야 겨우 심의에 착수한 국회가 과연 예산심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나눠먹기식으로 지역구 예산 늘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으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작태도 볼썽사납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위한 '박근혜 예산'의 실상을 알리고 예산 반영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예산심사까지 진영논리에 빠져 대립하는 구도가 펼쳐질 게 뻔하다. 예년 같으면 늦어도 11월에 시작한 국회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원회가 다음주에나 열릴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졸속심사가 불가피하다. 결국 우리 국회는 올 한해 동안 파행과 졸속으로 일관한 채 나눠먹기로 끝내게 생겼다.
국회 예산심의는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회예산처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 359개 사업부터 손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통령 관련 예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관련예산 등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걸러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늑장에 졸속, 나눠먹기식인 예산안 심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예결위 상설화나 상임위 전환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