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4강을 정리하는 한 문장이다. 하지만 많이 뿌렸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 양키스는 2억3,200만달러를 쓰고도 포스트시즌 4강에 들지 못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오클랜드를 3대0으로 누르면서 챔피언십(7전4선승제) 진출 4팀이 전부 확정됐다.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아메리칸리그의 보스턴과 디트로이트가 주인공. 다저스는 전체 30팀 가운데 올 시즌 연봉총액 2위(2억2,300만달러), 세인트루이스는 10위(1억1,600만달러)이며 보스턴과 디트로이트는 각각 4위(1억5,200만달러), 5위(1억4,500만달러)다.
그런데 이들 4팀은 '분산투자의 귀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선수연봉 톱10 가운데 4강에 소속된 선수는 디트로이트의 프린스 필더(2,300만달러ㆍ7위)와 다저스의 애드리안 곤살레스(2,180만달러ㆍ10위) 2명뿐이다. 잘하는 한두 선수에 도박을 걸기보다 골고루 씨를 뿌려 우승전력을 갖춘 것이다.
◇가을전어 세인트루이스=가을에는 전어가 제철이듯 세인트루이스는 가을야구의 대명사다. 2000년대 들어 지구우승이 8차례나 된다.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세인트루이스는 우승 뒤 최고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LA 에인절스로 떠나 보내고도 올 시즌 팀 타율 0.269를 찍었다. 리그 2위. 지뢰밭 타선을 구축한 다저스(0.264ㆍ3위)보다도 화끈했다. 홈런왕 출신인 '빅맥' 마크 맥과이어는 지난해까지 3년간 세인트루이스 타격코치로 방망이에 불을 붙여놓은 뒤 올 시즌 다저스 타격코치로 왔다.
세인트루이스는 몸값 이상을 해낸 선수가 여럿이다. 연봉 47위(1,420만달러)인 야디어 몰리나가 리그 타격 4위(0.319)에 오르고 연봉 72위(1,200만달러)인 애덤 웨인라이트가 시즌 19승9패(리그 공동 1위)에다 디비전시리즈 16이닝(2경기)을 단 2실점으로 막았다.
◇류현진VS웨인라이트=류현진(26ㆍ다저스)의 올 시즌 연봉은 333만달러로 전체 272위 수준. 계약 때만 해도 과다지출 논란이 있었지만 시즌 뒤 현지언론은 '싸게 잘 샀다'는 평가로 180도 돌아섰다. 시즌 14승8패에 평균자책점 3.00으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류현진은 15일 오전9시7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 3차전 선발이 유력하다.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첫 승이 걸린 이날 상대선발이 바로 에이스 웨인라이트. 웨인라이트는 역대 포스트시즌 등판경험이 15차례(선발은 6차례)에 이른다. 성적도 4승4세이브 평균자책점 2.03으로 가을야구에 강했다. 올 시즌 다저스전 성적 역시 한 경기 7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도 세인트루이스전 한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볼넷 없이 삼진을 7개 뺏었다. 당시 안타 2개씩을 내줬던 데이비드 프리즈와 매트 홀리데이가 최대 경계대상이다. 몰리나는 당시 부상으로 빠져 류현진과는 첫 대결이다. 양팀의 1차전은 12일 오전9시37분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또 한 명의 아시안특급=보스턴과 디트로이트의 챔피언십은 13일부터다. 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다가서고 있는 보스턴의 뒷문은 일본인 마무리투수 우에하라 고지가 지킨다. 올 시즌 2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09로 활약한 우에하라는 디비전시리즈에서도 3경기 1패2세이브(3이닝 1실점)로 제 몫을 했다. 올 시즌 44홈런을 때리고 11일 오클랜드전에서도 2점 홈런을 쏴 올린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를 막아내는 게 관건. 다저스와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올라가 류현진과 우에하라가 격돌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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