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운용의 세계 100대 코스 탐방기] 최초의 골프클럽을 가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뮤어필드를 방문한 것은 2003년 6월8일 일요일이었다. 지난 번에 소개한 세인트 앤드루스를 골프의 발상지를 보기 위해 갔다면, 뮤어필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으로 ‘진정한 클럽의 형태가 어떤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계획했다. 나인브릿지의 영문명은 ‘더 클럽 앳 더 나인브릿지(The Club at The NineBridges)’이다. 영국의 브리티시오픈을 ‘디 오픈(TheOpen)’이라고 표기하듯 나인브릿지가 유일하다는 뜻의 정관사를 붙여 ‘더 클럽(The Club)’이라고 이름붙인 데는 유일하며 진정한 클럽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나인브릿지의 운영자로 뮤어필드는 꼭 방문해봐야 할 코스였다.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로 브리티시오픈을 15차례 개최했고 2007년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 8위에 오른 코스. 그 동안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골프장들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뮤어필드는 가장 오래된 최초의 클럽이자, 인류 최초의 골프룰 원본이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 의미가 있었다. 기록상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골프 클럽은 1744년 결성된 ‘에든버러 명예회원 클럽’이다. 이 클럽의 회원들은 처음에는 리스 링크스에서 라운드를 즐겼으며, 세계 최초의 공식 대회를 열고, 대회 운영을 위해 13개의 골프룰을 처음 만들었다. 이후 클럽은 머슬버러로 옮겨갔고, 한 세기 후인 1891년 뮤어필드 개장과 동시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들이 가져온 오리지널 룰의 원본은 현재도 이곳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인류 최초의 룰은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의해 개정되고 발전해 오늘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넥타이, 포섬과 포볼, 그리고 캐디 뮤어필드는 애든버러 공항의 동쪽, 차편으로 35분 정도 거리의 해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골프장에 도착할 무렵, 인솔했던 이가 클럽에 들어가기 전 넥타이를 매라고 주문했다. 재킷과 넥타이 차림이어야 클럽하우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원거리 이동으로 캐주얼 복장이었던 일행은 차안에서 넥타이를 매야 했다. 그리고 라커에서 다시 골프를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코스로 나섰다.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다시 라커에 들러 넥타이를 매야 했다. 1800년대에 지어진 클럽하우스 내부는 정말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그 고풍스러움을 지켜가기 위한 것이었을까, 뮤어필드에는 프로숍이 없었다. 그 동안 세계적인 골프장을 다니며 클럽의 기념품을 수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프로숍에 들르곤 했다. 방문일정을 진행하다보면 프로숍에서 머물 시간이 넉넉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숍이 없는 골프장은 이곳이 유일했다. 플레이에 필요한 골프볼과 코스맵만 로비에서 판매할 뿐이었다. 기념품을 구입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무엇보다 특이했던 것은 경기방식이었는데 오전에는 반드시 포섬 방식으로, 오후에는 포볼 방식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골프장에서도 경기방식을 룰로 정해놓은 곳은 없었다. 뮤어필드에서는 개인플레이가 불가능한 경기방식에서도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최초의 클럽’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캐디는 우리나라처럼 친절하지 않았고 심지어 코스에서 담배를 피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에 올라가자 담배도, 대화도 없이 모두가 조용했다. 그린에서는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캡틴이 퇴장시킬 수 있다고 로컬룰로 규정하고 있었다. 원형의 독특한 코스 레이아웃 코스를 돌아보니 전체적인 코스 레이아웃은 일반적인 골프장과 차이가 있었다. 대개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우 마주보도록 설계되지만, 뮤어필드에서는 아웃코스가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고, 인코스는 그 안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진행된다.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만 각 홀의 각도는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환경을 홀마다 달라지게 했다. 총 7,331야드 길이의 파71 코스는 바람이 아니라도 코스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페어웨이 폭이 20m 정도로 굉장히 좁고 그 가장자리는 온통 30cm 이상의 긴 러프가 자라 있었다. 그린은 작았으며 곳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벙커가 골퍼를 위협했다. 브리티시오픈 2승을 기록한 닉 팔도는 이런 조건에서도 1987년 마지막 라운드에서 18개 홀 연속 파로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아쉽게도 우리와 함께 플레이한 여성 한분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까지 여성의 클럽하우스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여성 라커도 없어 여성들은 차안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플레이 후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 여성의 플레이는 허용되지만 여성 4인이 한 팀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금지되며, 남성을 한 명이라도 동반해야 한다. 보수적이지만 클럽의 문화를 처음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뮤어필드의 역사와 전통을 배워오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뮤어필드의 흔적은 나인브릿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인브릿지 ‘역사관’인 로비에는 뮤어필드에 보관된 골프룰 원본의 148번째 카피본이 설치되어 있다. 뮤어필드의 클럽챔피언 피터 A. 보트(캡틴)와 로버트 P. 와이터가 2002년 월드클럽챔피언십 참가차 나인브릿지에 방문해 증정한 것이다.(그 때의 인연으로 뮤어필드에 초청받아 1년 후에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뮤어필드 한쪽에 진열되어 있던 수많은 아마추어 대회의 우승 트로피와 함께 눈길을 끌었던 ‘실버 클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인브릿지도 비슷한 형태의 실버클럽을 제작했다. 매년 탄생하는 우승자의 이름을 은제 골프볼에 새겨넣는 뮤어필드의 ‘실버 클럽’은 한 세기에 걸쳐 만들어져 99개의 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나인브릿지도 역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클럽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와 같이 똑같은 모양의 실버클럽을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제작해 공수해왔다(이것은 나인브릿지 피홍배 회원께서 기증한 것이다). 특히 나인브릿지는 실버클럽 2개를 제작해 2세기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뮤어필드와의 만남은 두번째 나인브릿지, 즉 해슬리 나인브릿지의 비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럽 본연의 역할에 한국적인 문화를 접목해 진보된 형태의 전혀 새로운 그레이트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Great Private Member’s Club) 탄생을 꿈꾸게 한 것이다. 뮤어필드를 방문하면서 클럽이란 구성원들이 항상 서로 대화하도록 하고 팀웍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경기하기 위해 룰을 만들고, 여럿이 함께하는 경기방식을 고수하며, 골퍼로서의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는 곳이 뮤어필드였다. 엄격한 프라이빗 클럽인 뮤어필드도 화, 목요일에는 일반인들에 개방하고 있다. 메일이나 전화, 편지를 통해 티오프 시간을 받을 수 있으며, 그래도 1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린피는 한 라운드에 175파운드(약 35만원)이며, 2라운드는 220파운드(약 44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 필자 김운용은 클럽 나인브릿지 대표이사. 골프에 대한 지식 및 기여도, 세계 100대 코스 중 50곳 이상의 라운드 경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채우고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