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고수익 추구 이머징시장 공략
은퇴를 앞둔 직장인 A씨(58세)는 요즘 은퇴 후 생활을 설계하기에 바쁘다. 평소 관심이던 목공예도 배우러 다니고, 부인과의 조촐한 해외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크진 않지만 서울에 집도 있고, 조금씩 절약하며 은행에 적금도 넣어왔기 때문에 은퇴 후 생활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런 A씨도 최근에는 약간의 조바심이 생기고 있다. 세간에서 100세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앞으로 20년 가까이 된다. 부동산 시장도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지고 있는 집만 믿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물가가 4% 넘게 오르는데 은행 이자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익을 올리겠다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형 펀드에 넣기는 불안하다.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에게는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
A씨와 같이 한국 자산가들의 특성상 부동산과 예금이 중심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인구 감소와 주택 공급 증가로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고,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하며 은행 예금에 대한 투자매력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발맞춰 각 증권사들은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맞춤형 실버 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특히 노후에 정기적인 수익을 배분해 생활비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월지급식 상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퇴 후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어떻게 고를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8년에는 고령사회(14%),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 것으로 뵌다. 한국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급속히 진행 중이라는 평가다.
고령화의 중심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 세대는 높은 자녀에 대한 책임감과 부모 부양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 설계는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짧아진 정년은 위기감을 더한다. 그만큼 퇴직 이후를 위한 투자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그 동안 베이비붐 세대와 30~40대의 주택 수요가 많았던 데다 2000년대 중반까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선호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선진국을 보면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했고, 일본도 현재 26%를 차지하는 금융자산이 2015년에는 27.5%, 2025년에는 28.4%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의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사례를 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 가치가 점차 하락하고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장은 "저금리 시대에 정기예금 이자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예금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발맞춰 각 증권사들도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생활비 형태로 지급 받을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월지급식 상품은 일반적으로 은퇴 후 매달 생활비가 필요한 투자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이다. 특히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에 접어들면서 정기 예금 이자로는 생활이 힘든 투자자나 임대 수익이 줄어들어 대안을 찾는 자산가에게 유리하다.
월지급식 상품은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최우선이다. 주로 채권이나 원금보장형 파생상품에 투자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을 일부 포함하기도 한다. 주식의 경우도 각 증권사들은 수익보다 안정을 우선시 한다. 주로 주가가 하락할 때 분할매수하고 상승할 때는 분할 매도하는 연속분할 매매 전략을 적용해 운용한다. 주식 관련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해 주가하락 위험에 대한 헤지(hedge) 전략도 쓴다. 이를 통해 최근처럼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거나 하락장에서도 수익이 발생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KDB대우증권은 고령화 사회에 은퇴자들을 위한 월지급식 '골든에이지' 를 내놨다. 이 상품은 물가연동국채(15%), 원금보장파생상품(15%), 채권혼합형펀드(50%), ETF(20%)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매달 투자금의 0.5% 정도의 월지급금을 지급하고 만기인 10년 뒤에는 투자원금의 134%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라이프플랜월지급식증권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펀드는 통화안전채권과 은행채권 등 안전 자산을 위주로 40~50% 정도의 주식을 편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대신꼬박꼬박월지급형상품'도 채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에 나눠 투자해 안정적이면서도 일반 예금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하나UBS실버오토시스템월배분식주식혼합형펀드'는 주식투자 비중을 60% 이하로 유지하며 그 중 10%는 공모주에 투자해 추가수익을 도모한다.
월지급식 펀드 중에서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도 있다. 다른 상품들과 같이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국내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이머징시장 채권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월지급식글로벌채권(브라질)'은 비과세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출시해 지난 11일 기준으로 5,699억원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연 8% 수준의 수익을 매월 지급받고, 한국과 브라질 정부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 비과세가 적용되는 절세 상품이기도 하다. 1월초 현재 브라질의 기준 금리가 11% 수준으로 높아 브라질 채권은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은 채권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외 우리투자증권도 국내외 펀드로 구성되는 '행복연금 글로벌 펀드'를 판매하는 등 실버 세대를 위한 맞춤형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각자에게 적합한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 실버 상품 투자 이것만은 꼭 다양한 노후 대비 금융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노후 상품만으로 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의 조언을 내놓고 있다.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은퇴 후 자산관리는 수익성이나 자산증식보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일정한 이자가 발생하는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원금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실질 가치가 떨어져 사실상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형석 대우증권 PB컨설팅부 은퇴컨설팅 차장은 "안정성 있는 비과세 즉시연금보험 등으로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를 장기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며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이나 월지급식 펀드를 일부 활용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품을 선택할 때 상품의 수익구조 등 특성을 이해하고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차장은 "변동성이 낮은 혼합형이나 절대수익추구형 월지급식 상품이라 하더라도 '채권금리+α'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목표 성과에 미달하거나 원금 손실도 가능해 동일한 운용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이라도 성과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차장은 "세부 투자전략, 과거 운용성과, 변동성 등을 점검한 후 삼품을 선정해야 한다"며 "운용사의 리스크관리 시스템, 운용 규모, 자금 유입 추이 등 전반적인 운용역량에 대해 검증된 상품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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