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관련 업체 대표 임모(45)씨는 최근 경기 안성의 한 골프장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카트에서 내려 목재 계단을 밟으며 그린으로 내려가던 중 미끄러지면서 양발이 허공에 들린 채 넘어진 것. 다행히 거의 마지막 계단이어서 뼈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머리를 계단 모서리에 부딪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겨울 골프장은 다른 계절에 비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추운 날씨에 마음은 급해지지만 반사신경과 판단력은 둔해진다. 색다른 겨울 라운드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나무 계단이나 비탈진 곳을 다닐 때에는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발을 끌지 말아야 한다. 골프화 바닥의 플라스틱 스파이크는 사물의 표면에 생긴 얇은 얼음막에도 잘 미끄러진다. 코스 어느 곳에서든지 뒷걸음은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얼음이 언 연못에 들어가는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우리나라 겨울은 삼한사온으로 추웠다 풀렸다 반복하기 때문에 볼을 줍기 위해 얼음을 밟는 건 자칫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거의 매년 이 같은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는 안전 손잡이를 반드시 양손으로 잡아야 한다. 손이 시리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가 갑자기 급회전 구간을 지나면서 카트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골프장의 가장 대표적인 안전사고인 타구 사고의 위험도 겨울에는 훨씬 커진다. 동반자가 아직 샷을 하지 않았는데 추위를 이기기 위해 먼저 앞서 걸어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추위 속에서는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지고 귀마개까지 하고 있으면 주의력이 저하돼 다른 플레이어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마련이다. 타구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길은 샷을 하는 사람의 정면과 후방에 이르는 180도 범위에서 뒤쪽으로 벗어나 서 있는 것이다. 볼을 치는 사람도 치기 전에 동반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단단한 지면 때문에 볼이 더 멀리 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앞 팀과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샷을 날리는 것도 중요하다.
분실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옷가지 수가 많고 빨리 뜨끈한 욕탕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에 지갑이나 현금이 든 옷을 깜빡하고 라커에 넣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귀갓길까지 조심해야 안전한 겨울 라운드가 마무리된다. 추위와 맞서느라 자신도 모르게 피로가 쌓이므로 자가 운전자는 졸음을 경계해야 한다. 라운드 후 음주를 삼가고 운전 중에는 수시로 환기시키거나 차를 세워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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