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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루스벨트로 '페이스 오프' ?

"모든 사람에 기회 주고 공평한 보상 돌려줘야"<br>정치적 상징 깊은 캔자스주 고교 찾아 역설<br>대선 앞두고 '루즈벨트식 포퓰리즘 카드' 꺼내


'문제는 중산층(middle class)이야' 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산층 재건을 표방한 '루즈벨트식 포퓰리즘'을 재선 카드로 내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캔자스주 오사와토미 고등학교에서 연설을 갖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미 중산층이 붕괴될 위기에 직면했다"며 "모든 사람이 균등한 기회를 갖고 공평한 보상을 받아야 아메리칸 드림이 유지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던 캔자스주를 찾은 것은 이곳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지난 1912년 3선에 도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오사와토미를 찾아 이른바 '신국가주의'를 주창했다. 공화당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당시 진보적인 성향의 혁신당을 창당하고 복지 확대를 위해 큰 정부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연설 직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는 급진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심지어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나왔다"며 "하지만 그 원칙이 있어 미국은 더욱 공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었고 더 부강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적 프레임을 제시했다"고 이날 분석했다. '소수 엘리트만을 보호해 미국의 기반을 뒤흔드는 공화당과 불평등을 없애려는 민주당' 이라는 구도로 대선의 판도를 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공화당은 오랜 기간 각자가 자신을 보호하면 더 부유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철학을 유지해 왔다"며 "그들이 틀렸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일부 금융 기관과 건강보험회사 들을 몰아 붙여 팔목 비틀기에 나선 것은 결국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탐욕스런 금융권에 맞서라는 의미의 월가 점령 운동이 공감대를 얻자 여기에서 표를 얻어내려는 정치적 계산이 연설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의 페이롤택스(월급에서 떼어 내는 일종의 소득세)는 깎고 부유층의 세금은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기 침체의 책임을 기업과 은행가들에게 돌렸다고 전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1월 8.6%까지 떨어졌지만 정책 목표치인 7%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공화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유력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츄세츠 주지사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며 "오바마와 루스벨트가 닮은 점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문제인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부자 증세는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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