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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4월 07일] 메가뱅크가 은행 민영화인가
입력2008-04-06 18:08:44
수정
2008.04.06 18:08:44
정부에서 가장 힘이 센 기획재정부가 느닷없이 은행 민영화와는 동떨어진 메가뱅크 구상을 들고 나왔다. ‘메가뱅크’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금융ㆍ기업은행ㆍ산업은행을 합쳐 자산 550조원 규모의 거대 은행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추어볼 때 적어도 아시아 10대 은행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이 시점에서 소관 업무도 아닌 은행 민영화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것은 또다시 민영화를 지연 내지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말로는 은행 민영화를 강조하지만 항상 핑계를 만들어 지연시켜왔다. 그동안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법정매각 시한을 넘겼지만 아직도 정부가 붙들고 있다.
대책 없이 매각하면 이것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가능하면 국내자본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거대은행 HSBC는 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배지분(51%)의 매수계약을 체결했다. 외환은행이 HSBC로 넘어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은행 민영화가 확대되고 국내 금융시장에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외국자본이 등장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은행 간 인수합병(M&A) 압력이 고조될 것이다.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소유하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첨단 경영기법과 전문 인력이 따라오는 이점이 있다. 외국자본과 외국 금융기관들이 들어옴으로써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동북아 금융허브(financial hub)를 이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 M&A와 관련된 인허가 결정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에 대한 법적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외환은행 매각 결정은 앞으로 최소한 3년 이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기업은행도 계속 소유하고 있다.
은행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기준이나 의지가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그러면서도 은행을 국내 대기업 등 산업자본에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왔다. 어쨌든 이런 구실로 민영화를 무한정 지연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굳히면서 산은ㆍ우리ㆍ기업은행 등의 민영화 내지 M&A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부가 메가뱅크 구상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은행 민영화를 또다시 장기간 유예하려는 핑계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은행의 민영화도 이런저런 이유로 지연시켜왔다. 우리은행도 덩치가 커서 국내에 마땅한 매수 세력이 없다면 메가뱅크는 어떻게 누구에게 매각하겠다는 것인가. 민간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할 때 흔히 기업을 통째로 매각하기 어려우면 그룹 내 일부 사업 부문을 분사하거나 분리 매각한다. 정부는 은행을 민영화하겠다면서 오히려 메가뱅크를 만들어서 불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허송세월을 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끝날 때쯤 또다시 정부 소유로 굳히려는 의도는 없는지 모르겠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덩치는 국민은행ㆍ신한은행 등과 비슷하지만 주가는 이들의 30% 수준에 그친다. 공기업의 비효율 또는 낮은 경쟁력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근본적으로 정부는 은행을 민영화해서 외국자본이나 재벌에 맡기는 것보다 정부가 소유하고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의 텃밭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하루빨리 회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민영화를 지연시키면서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은행 민영화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관치금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인사철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낙하산 인사들을 볼 때 관치금융에 대한 애착과 집념을 가늠하게 된다. 은행 민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치금융을 폐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정부는 은행 민영화를 지연시키려는 관리들의 꼼수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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