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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에 부쳐
입력2006-04-12 17:12:37
수정
2006.04.12 17:12:37
지난 70년대 석유 파동과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전세계의 화두는 ‘작은 정부’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요즘 최대 화두가 작은 정부라는 점에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하지만 엉뚱하게도 현재 작은 정부이기 때문에 앞으로 ‘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반대이다.
연초에 “정부는 크더라도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정부 사이즈가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이면 된다”고 주장할 때만 하더라도 현재 큰 정부라는 점을 인정하는 기조였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에 큰 정부는 없고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작은 정부만 있다”고 강변한다.
또 국제 기준에 비춰보면 작은 정부로 보기 어렵다는 행정학자들의 연구에 “위조지폐에 해당하는 국가질서 교란 행위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재정에 공기업을 포함해야 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로 그 장관이 1년도 채 못돼 “공기업을 정부 재정에 포함하는 행위는 위조지폐에 해당한다”며 학계와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
이렇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의 함의가 정부 사이즈를 키우느냐 마느냐, 즉 세금을 더 걷어 재정 지출도 늘리고 공무원도 늘리느냐 마느냐로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통계가 무엇인지, 또 그 기준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 사이즈가 큰지 작은지는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이다. 우선 따져봐야 할 점은 대한민국 정부가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이유이다. 과연 충분히 크지 않아 할 일을 다 못하는지, 인력과 예산만 늘려주면 할 일을 다할 수 있을 것인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은 2만5,000명 이상, 정부 산하기관 인력은 8만5,000명이나 늘었고 이로 인한 예산이 40%나 늘었지만 아직도 할 일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인력인 임원 자리에 전문성과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을 ‘코드 인사’와 ‘보은 인사’로 무려 300명씩이나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상황에서는 인력이 늘수록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의 17대 총선 출마자,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특보, 대선 선대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낙하산 인사의 주종이고 정치학이나 영문학 전공자가 건설기관에, 국어교육 전공자가 토지공사에, 사학 전공자가 전기안전공사에, 항공공학 전공자가 조폐공사에 낙하산 임원으로 무더기 임명되고 공무원들은 성과가 부진해 승진에서 탈락하면 약 4,000억원의 위로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인력과 예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정부 키우기는 재앙이란 뜻이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효율성 확보다. 줄이려고 아무리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잠깐 방심하면 마구 팽창하는 것이 정부 규모이기 때문이다. ‘정부 규모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와그너 법칙’이나 ‘행정 조직은 그 일과 상관없이 계속 팽창한다’는 ‘파킨슨 법칙’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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