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전사고 우려가 확대되면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체험형 창의교육과 현장형 진로교육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현장방문이 필수적인 이들 체험학습이 안전 우려로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각급 학교의 창의·진로교육마저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하루빨리 안전 강화 매뉴얼이 정립되고 관련 예산이 확충돼 진로 지도 등에 미치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이후 1일 현장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종전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냈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현장교육 대신 서울 내 청소년수련원에서 바리스타·네일아트 등 간접 직업체험을 실시할 경우 이를 현장체험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규정완화도 통지했다. 안전사고 우려로 현장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들이 늘어나자 제도완화부터 나선 것이다.
현재 시교육청은 한 학기 이상 시험을 줄이고 체험학습을 늘리는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면서 이를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와 연계, 직업체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1일 직업체험 등이 확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대신한 각종 창의교육이 확대 일로에 놓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장체험에 따른 부담이 늘고 이동거리마저 통상 '서울 내'로 제한되면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현장 교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진로지도 강화로 명성을 얻은 서울 A중학교의 경우 올해 1학기 진로체험 행사를 현장학습 대신 선배 대학생들을 초청하는 '진로 멘토링' 행사로 진행했다. 단체 직업체험이 어려워지자 주입식 느낌의 통상적인 강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학과 선배들을 초청하는 '고육지책'을 짜낸 것이다. 올 2학기의 경우 실질적인 일터체험을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필요한 직장의 50%도 구하지 못했다.
실제 이 같은 어려움은 올 2학기 이후 더욱 가중될 공산이 크다. 올해 서울시에서만 자유학기제 대상인 전체 150개 중학교 중 146개교가 2학기에 진로탐색 집중학기제에 돌입해야 해 '직업체험도 교실에서' 진행하게 될 판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직업체험 관련 매뉴얼 확대와 개발도 사실상 휴지기에 들어가 이대로라면 2016년 전면 실시를 앞둔 진로탐색 자유학기제 운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안전 관련 매뉴얼이 부족한데다 현장체험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해 결국 주입식 교육만 늘어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막 지피기 시작한 창의교육 열의가 수그러들지 않도록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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