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 무관세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미 대부분의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중국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관세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철강생산 국가로 공급 과잉의 근원지인 중국이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철강 유통망으로 보폭을 넓히면 국내 시장을 더욱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1,902만7,000t으로 작년 동기보다 18.7%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은 58.7%에 이르는 1,117만5,000t으로 37.1% 급증했다.
중국산의 수입단가는 t당 730달러로 전체 수입물량의 평균 단가 911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상반기 23.2%로, 연간 기준 2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한국의 11배에 이르는 7억8,000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49.2%를 차지했다. 중국은 공급 과잉과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2015년까지 철강제품의 국산화율 90% 달성, 잘 부식되지 않는 선박용 특수강이나 차량·열차용 고강도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자급률 80% 달성 등 기술·제품 혁신을 병행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잠식이 가속할 수 있어 국내 철강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물리는 관세는 3∼10%로, 이를 단계적으로 없애면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중국 제품이 워낙 싸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물량은 8.9% 증가한 395만1,000t으로 중국산 수입량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는 아직은 앞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현지공장에서 자동차용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고 실적도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철강산업 체질 강화에 성공하면 국내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제품 개발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로 중국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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