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TV 한국어 자막방송이 하반기 한국에 처음 상륙합니다. 세계 최고급 금융정보를 이제 한국어로 만나세요.” 국제 미디어시장에서 한 한국인이 맹활약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주인공은 지미 김(Jimmy Kimㆍ사진) 블룸버그TV 아시아ㆍ태평양 부사장. “블룸버그TV는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의 언론철학 아래 정보의 깊이(depth)와 취재반경(breadth)에 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국제경제, 즉 파이낸스&비즈니스채널입니다. 한국어 방송은 부(富)에 관심이 많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국제경제 전반의 흐름을 정확하게 전달할 것입니다.” 블룸버그TV를 대표해 한국어 방송을 전담할 국내 미디어 회사와 최종 계약절차를 밟고 있는 김 부사장은 블룸버그TV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주문에는 “사람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채널(We make people richer)”이라는 말로 소개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룸버그TV는 전세계 103개 뉴스지국에서 1,600여명의 기자들을 통해 취합한 국제경제 및 금융정보를 전세계 2억20만가구의 시청자에게 방송하는 거대 채널이다. 하지만 김 부사장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블룸버그TV 한국어 방송의 국내 상륙이라는 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계인 그가 국제 미디어시장에서 쌓아가는 행보의 중량감이 남다르다는 데 있다. 지난 2004년 미국계 경제방송사인 CNBC를 거쳐 지난해 블룸버그TV 아시아ㆍ태평양 부사장에 둥지를 튼 뒤 블룸버그TV 콘텐츠를 아시아 각국에 배급하는 업무의 핵심에 그가 있다. 다국적 미디어시장은 전세계 경제의 글로벌화, 지구촌화, 단일화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중재자로 과거보다 큰 의미를 부여 받고 있는 분야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삼성그룹에 사직서를 낸 뒤 떠났던 미국의 MBA과정 중 방송비즈니스의 매력을 발견하고 인생의 방향을 틀었죠.” 다국적 미디어 기업의 핵심 경영자라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빠다냄새’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그는 국내에서 대학물(경영학)을 먹었고 삼성물산ㆍ삼성증권ㆍ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를 거치면서 해외사업, 인수합병(M&A), 글로벌 마케팅 분야를 섭렵하며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김 부사장은 “‘편안한 영역(그는 ‘컴퍼트 존(comfort zone)’이라고 했다)’을 벗어날 때 큰 기회가 있더라”는 말로 자신이 ‘선택’했던 과거를 정리했다. 그가 최근 전세계 블룸버그TV 뉴미디어 부문을 총괄하는 업무까지 책임지게 된 것도 그런 도전기질과 맥이 닿는 듯했다. 1981년 직원 네 명으로 시작한 뒤 각각의 시대에 맞는 뉴미디어들을 선택해 잡지ㆍ뉴스통신ㆍ라디오ㆍTV 등으로 미디어 제국을 확장해왔던 블룸버그그룹의 역사를 상기할 때 김 부사장에 대한 블룸버그TV 뉴욕 본사의 기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미디어에 관한 시도들은 결국 블룸버그TV 전세계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들인 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그러나 통상 99% 실패 속에서 단 1%의 성공 가능성을 믿고 추진되는 뉴미디어 부문의 작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미국 MBA 첫 학기 때 영어 때문에 지진아반에서 공부했지만 MBA 졸업 때는 학교에서 다른 동료 취업상담까지 맡길 정도로 인정 받았다”면서 “그런 일들은 오히려 내게 삶의 전투력을 높여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줄 것을 부탁하자 “한살이라도 어릴 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차라리 가장 힘든 길을 고르는 것도 현명한 대처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게 해서 목표가 정해졌다면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독한 마음을 품고 과감하게 글로벌 무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김 부사장은 “정확한 목표를 찾아낸 사람들은 달성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이뤄내게 돼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야성(野性)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눈을 감을 때 참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득 폴 앵카의 노래 ‘마이웨이(My Way)’가 떠올랐고 그가 국제 미디어업계의 ‘큰손’으로 확고히 뿌리내려 더 크고 많은 메시지들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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