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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지도층이 나눔 활성화 앞장서야"

기부문화 어디까지 왔나<br>1인당 평균 기부액 16만7000원… 기부지수 세계 81위<br>그나마 대부분 연말에 집중, 물품·재능 기부 등 다양화 추세<br>"법·제도적 개선 절실" 소리 높아







"더 어려운 분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세상 떠나는 날까지 기부를 할까 합니다." "세상에는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데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나누고 싶습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류원정(26ㆍ남)씨는 아버지 류시문 한맥도시개발 회장의 뒤를 이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로써 류씨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최초의 부자회원이 됐다. 1억원을 기부한 류씨는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부부 김규정(34)ㆍ홍윤주(30)씨는 지난 2009년부터 매달 14만 4,000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생후 21개월 된 아들의 이름으로 마련한 작은 봉투에는 50원짜리 동전을 포함해 1만 6,650원이 들어 있어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남편 김규정씨는 "내가 비록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위해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아들에게도 심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0월 루마니아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고(故) 서근원(당시 40세)시의 유족인 서명자(54ㆍ여)ㆍ서필여(49ㆍ여)ㆍ서정운(46ㆍ남)씨 3남매는 최근 막내 동생의 사망금 2억 2,720만원을 기부했다. 서명자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동생의 생명과 같은 소중한 돈을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이웃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부의 뜻을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13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중 현금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는 34.8%다. 이는 표본조사에 의한 것으로 적게는 1,000만명에서 많게는 1,500만명 정도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기부 금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한 기부금은 지난해 3,395억원으로 이월금을 포함해 3,421억원이 배분됐다. 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 금액으로 3,394억원을 설정하고 지난 1일부터 다음달까지 2달간 2,180억원 모금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기부의 방식이 현금뿐 아니라 물품ㆍ재능ㆍ부동산ㆍ주식 등으로 기부가 전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나눔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법과 제도적 차원의 뒷받침이 더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기부지수 81위, 나눔문화 여전히 부족=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45.8%의 국민이 앞으로 기부할 뜻이 있다고 해 우리나라 10명 중 4~5명은 앞으로 기부를 실천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부를 행동에 옮긴이는 국민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또 올 한해 13세 이상 국민 중 기부에 참여한 이들의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6만 7,000원이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방법으로 국민들 54.8%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가 증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6%는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 강화'를 꼽았고, 16.2%는 '나눔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문화의 확산이 시급하고, 기부단체의 투명성 강화와 함께 나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국민들을 보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원조재단(CAF)이 2010년 발표한 국가별 기부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 국가 153개국 중 8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부금 액수가 아닌 기부 활동에 초점을 맞춰 ▦금전기부 ▦자원봉사 ▦낯선 이 돕기 등 3개 항목에 점수를 매긴 한국의 기부지수는 29점에 불과하다. 1위를 차지한 호주와 뉴질랜드(57점)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개인기부 참여율을 보면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은 기부 참여율이 83%에 달하고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13만원에 이른다. 영국은 54%에 1인당 평균 55만원을 한 해에 기부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34.8%에 16만원이다. 여기에 그나마 기부도 연말에 집중돼 있다. 손세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은 "우선 나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돼 누구나 자연스럽게 기부를 실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역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방법 다양화, 법ㆍ제도 개선 '절실'=기부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법과 제도가 오히려 기부를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고 제도 개선에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법적으로 재능기부를 법적 기부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등 다양한 기부에 비해 이를 지원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해로 인한 복구를 위해 자원봉사를 한 경우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해 법정기부로 인정되고 있지만 나머지 여러 방식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은 법정기부로 인정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회계감사 용역이나 홈페이지 제작, 법률 자문, 의료서비스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기부와 수요욕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또 금전기부 외의 유산이나 현금 이외 자산 기부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기부할 경우 기부자의 순수한 기부의사가 확인된다면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부동산을 기부하면 최소 2년 내지 3년 이상을 기부처가 보유하고,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해야만 취득세 등 지방세와 국세인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기부 투명성을 담보로 여러 형태의 법적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있는 '사랑의 열매 온도계'는 40.6도를 가리키고 있다. 100도까지 올라가기에는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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