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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들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요. 편견을 버리고 그들에게 다가간다면 누구나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인 정일모(48ㆍ대형엔진조립부)씨는 틈만 나면 소록도로 찾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봉사활동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산업 현장을 바쁘게 누비면서도 틈틈이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고 있다. 울산에서 10시간 거리의 소록도까지 그의 여정은 오로지 한센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지난 10년 전 사내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충북 음성의 장애우 복지시설인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지난 2000년부터 뜻을 같이하는 울산 사람들과 소록도를 찾아가 낡은 집을 수리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집안일을 돕고 매년 겨울이면 정성껏 담근 김치를 전달하는 등 나눔의 손길을 펴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소록도에 있는 10여 명의 한센병 어르신들을 울산까지 직접 모시고 와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현장과 인근 명소 이곳 저곳을 구경 시켜드리기도 했다. 또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의 자녀들이 일자리를 얻고 당당히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새 ‘제 2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정씨는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도 이틀간 소록도를 찾아, 환자들을 돌보고 집수리 봉사를 펼 계획이다. 정씨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모두 부모님 같고, 작은 정성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며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 대신 애정어린 손길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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