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오는 18~1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한 푸틴 대통령은 내달 초 중국으로 국빈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 다음으로 밀리자,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의 초청으로 내달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중국ㆍ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탄ㆍ러시아ㆍ타지키스탄ㆍ우즈베키스탄 6개국의 외교안보 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문은 지난 11일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이 만나 이와 관련해 논의를 끝냈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 만난 후 "양국 정상들은 중국과 러시아간 전략적ㆍ장기적ㆍ포괄적 관계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항상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양국이 지난해 800억달러 수준이던 무역 규모를 오는 2015년 1,000억달러, 2020년에는 2,0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미국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공식 일정 순서상 푸틴 대통령의 첫 외국 방문지가 오는 18일 G8 정상회담이 열리는 미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새 내각 조각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신 보내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미ㆍ러 정상의 첫 회동은 내달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늦어도 지난 3월 초부터는 내각 인선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양국 정부의 공식 설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G8 불참은 최근 러시아의 외교 정책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까지 간섭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3월 실시된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으며, 이란 핵개발과 시리아 정부의 반정부 시위 세력 탄압에 대해서도 번번히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을 두고 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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