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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비 지원에 부당 수용 구제신청 10배↑

■ 인신보호제 도입 5년<br>법원 문턱 낮아지자 25→262건 급증… 실제 수용 해제 사건도 10% 넘어<br>청구 없으면 인권침해 가능성 여전… 사법기관 사전·사후감독 강화 필요

지난 2008년 인신보호제도가 시행된 이후 구제 신청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경제DB


A씨는 지난 2009년 부인과 딸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지나친 음주로 알콜 중독이 의심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강제 입원의 이유였다.

이후 A씨는 지난해 7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정신병원을 옮겨가며 수용 생활을 해야 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 제3항에 따라 입원기간이 6개월을 넘기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계속 입원할 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해야 하기 터라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A씨의 부인 등이 수용기관을 계속 옮겼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A씨 누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A씨를 가족들이 강제로 수용시켰다고 판단했고, 우연히 인신보호제도를 알게 된 A씨 누나는"A씨의 수용을 풀어달라"며 법원에 구제청구를 제기했다. 인신보호제도는 위법한 행정처분 등에 따라 정신병원에 수용돼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재판부는 "A씨가 3년이 넘게 음주를 하지 않아 알콜 중독의 우려가 없고, 그밖에 정신적인 능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용 해제 결정을 내렸다. 구제 청구 덕에 A씨는 3년 만에 정신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법원이 인신보호제도를 도입된 지 5년을 맞았다. 인신보호제도는 도입 초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법원의 태도 변화와 경제적 지원 등에 힘입어 제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신보호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도 해를 거듭하면서 많아졌다.

제도 첫 시행 연도인 2008년 25건에 불과했던 인신보호제도 접수건수는 지난해 262건으로 급증했다. 매년 접수건수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인용돼 수용이 해제된 사건도 10.2%에 이르고 있는 등 인신보호제도를 통해 구제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판이 진행된 후 취하된 사건 332건(전체 사건의 40% 가량)의 상당수가 구제청구 신청 후 수용자가 자진해서 피수용자의 수용을 해제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피수용자가 인신보호제도를 통해 구금상태에서 풀려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제도 활성화의 배경에는 구제를 신청한 이들에 대해 수용 해제 여부만을 판단하던 법원이 정신 감정 등을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 구제자로서 변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인신보호법은 지난 2007년 12월21일 제정됐으며 2008년 6월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피수용자 본인이나 피수용자의 법정대리인·후견인·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동거인·고용주가 구제청구를 할 수 있다.

구제청구권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피수용자에 대한 수용이 위법하게 이뤄졌거나 적법하게 수용이 됐더라도 수용을 계속할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용의 해제를 명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인신보호제도는 부당하게 정신병원에 수용된 이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재판을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정신 감정이지만 돈이 없어 제3의 기관에 정신감정을 의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신보호법에 따라 법원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지만 예산 문제로 활용률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신보호제도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하반기 예산을 확보한 뒤 소송구조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법원에 주문했다. 부당하게 병원에 수용된 이들이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분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피수용자들이 법원에 도움을 청하는 구제신청 건수도 점차 늘었다.

다만 인신보호제도가 법원의 노력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좀 더 손질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신질환자 중에서 재산, 종교 등 이해관계로 인해 가족 등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 인신보호제도로는 이를 사전에 통제할 수 없고 구제청구권자의 구제 청구가 없는 한 법원이 사후적으로 수용의 필요성을 심사할 수도 없어 부당한 수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인신보호제도 이외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사전·사후 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기관 담당자가 정신병원 등을 방문해 잠재적 제도 이용자인 피수용자들에게 인신보호제도를 설명하는 절차를 법제화해 이들이 보다 용이하게 인신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인신보호제도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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