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왕국' 오명벗고 글로벌기업 위협<br>車독자모델 연내 개발등 '자주창신' 잇달아 결실<br>국가주도 "2020년 세계1등제품 100개 육성" 야심<br>"가전도 삼성·LG 따라잡는건 시간문제" 자신만만
 |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강력한 기술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를 향한 대장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기술격차도 빠르게 줄어 일부에서는 경쟁력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최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디지털 가전 50여종을 새로 선보이는 등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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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차이나 New 챌린지] 더 이상 기술격차는 없다
'복제왕국' 오명벗고 글로벌기업 위협車독자모델 연내 개발등 '자주창신' 잇달아 결실국가주도 "2020년 세계1등제품 100개 육성" 야심"가전도 삼성·LG 따라잡는건 시간문제" 자신만만
고진갑기자 go@sed.co.kr
베이징=문성진특파원 hnsj@sed.co.kr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강력한 기술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를 향한 대장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기술격차도 빠르게 줄어 일부에서는 경쟁력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최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디지털 가전 50여종을 새로 선보이는 등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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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걸음' 중국 턱밑까지 따라와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올해 초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다. 중저가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독자개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양문형 냉장고, LC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프리미엄 제품분야에서의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얼의 변화를 진두 지휘하는 장루이민(張瑞敏) 회장. 장 회장은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1위가 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의 독자개발 밖에 없다”면서 연구개발진을 독려하고 있다.
하이얼의 이 같은 노력은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내 브랜드가치 1위 기업’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그 동안 삼성ㆍLG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주도해 왔던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며 세계적인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인 업체의 제품을 복제해 시장에 내놓고 파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등 파상공세를 펼치는 업체들도 있다. 이들이 복제품을 내놓는 사이클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복제품이 나올 때까지 6개월~1년이 걸렸으나 최근에는 1~3개월 정도면 따라온다”며 “무엇보다 중국 복제품은 기능, 디자인, 품질 면에서 별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전업계 관계자도 “삼성ㆍLG의 기술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앞으로는 중저가의 복제품이 아닌 독자개발 프리미엄 제품의 출시를 크게 늘려 부가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독자모델 자동차를 내놓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 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돋보이는 업체는 치루이(奇瑞). 중국을 대표하는 국영 자동차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스포츠카인 ‘M-14’를 독자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승용차 독자개발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중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승용차를 독자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을 앞당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서울 정도”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내에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복제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조만간 외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기업들의 약진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4년 독자모델 개발을 장려하는 자동차산업 발전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독자 모델을 보유한 자동차 및 부품 수출기업 100여개사를 선정, 집중적인 금융ㆍ세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주요 산업과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신소재 분야에 대한 장기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는 2015년까지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7개 핵심기술로 ▦집적회로 분야의 시스템온칩 기술 ▦우수ㆍ고품질 항바이러스 유전자 변형 농작물 품종개량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용 발광소자 기술 및 디지털 압축, 전송, 인코딩 기술 ▦생물의약 및 면역 기술 ▦생업촉매 및 생물전이 기술 ▦고성능 전비용 철강재료 등을 선정해 전폭 지원 중이다. 또 ▦국가정보보안시스템 기술 ▦고성능 컴퓨터 기술 ▦고성능 금속구조재료 ▦마이크로전자, 광전자 정보 재료 ▦첨단 복합재료 기술 ▦나노 재료 및 나노기술 ▦차세대 에너지 재료 기술 등 21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는 ‘자주창신(自主創新)’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세계 1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부는 늦어도 오는 2020년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기술을 최소 100개를 만들 계획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하드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중국이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고유브랜드 육성, 산업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무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김동선 주중한국대사관 상무관은 “중국의 기술추격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면서 “현지화되고 차별성있는 기술개발 및 상품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력시간 : 2006/08/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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