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울산 노동계에 따르면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정병모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지난 6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집행부 간부들과 함께 공식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의 대표적인 두 대기업 노조 대표가 공식적으로 만나 간담회를 가진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현대중공업노조가 2005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실리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한때 현대가의 혈맹관계였던 양 노조도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식 회합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정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현대차 노조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민주노총의 국민총파업 당시 울산 태화강역 노동자집회에서 두 위원장이 처음 인사하면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해 간담회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정 위원장이 이끄는 현대중 노조 20대 집행부 출범을 축하하면서 "현대중 노조가 발전해야 노동운동의 중심이 든든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 노조가 연대해야 서로 도움이 되고 지역도 발전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더 많은 연대 활동을 갖자"고 제안했다.
한때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양대 기업 노조위원장의 이번 공식 회합으로 앞으로 두 노조가 진행할 연대 방향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강성 노동운동 기류가 여전한 현대차 노조운동이 '실리주의'로의 변화가 점쳐진다. 이 위원장은 합리적 중도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투쟁일변도보다는 대화를 통한 실리 추구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 힘입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실시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당시 조합원 파업 참여 투표를 부결시킨 바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지난해까지 19년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을 이룬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의 틀을 발전적으로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강성 노선의 정 위원장이 장악한 현대중 노조가 현대차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투쟁성향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강성 성향의 군소 조직이 연대한 '노사협력주의 심판 연대회의'라는 현장 노동조직을 대표한 인물이다. 노조원들도 "그동안 실리 노선의 집행부가 회사 측과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며 정 위원장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 당장 결의한 내용은 없지만 국내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두 노조가 연대를 모색하기로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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