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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책으로 답하라

이혜진 기자 <부동산부>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수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현 정권의 말기인 2~3년 후에는 새로운 법에 의해 인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측이 주민들을 상대로 배포한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비교’라는 안내 책자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은마가 다시 시끄럽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복판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시장의 힘과 정부의 정책이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지역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의 전방위 재건축 압박에 한동안 잠잠했던 이 아파트가 다시 리모델링 추진이냐 재건축 강행이냐를 놓고 주민들 사이에 논박이 벌어지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측은 오는 7일 리모델링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당혹감을 느낀 재건축 추진위측도 부랴부랴 안내책자를 만들고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황급히 삼성건설 등 시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경고를 주고 설명회 개최 몇 시간 전에 취소 시키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후 재건축추진위는 더 이상 정부를 자극(?)했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앞으로 설명회 등의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몸을 낮추고 있다. 결국 재건축 설명회는 열리지 못했지만 씁쓸한 사실 하나를 설명해주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다. 앞서 발췌한 내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상황이 바뀌면 법도 바뀌고 재건축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인식이다. 이 같은 현실은 은마아파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도 정부가 초고층을 불허한다고 여러 번 밝혔지만 초고층 추진 소문에 오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몇 년간 불허한다는 것이지 언젠가는 허하게 된다”는 게 시장의 믿음이다. ‘정책은 변덕쟁이’라는 시장의 믿음에 정부가 정책으로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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