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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코리아타운 vs 차이나타운
입력2006-03-21 16:08:25
수정
2006.03.21 16:08:25
서정명 기자
맨해튼 32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 코리아타운이 있다.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은 물론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사람들이 한국적인 정취를 맛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토속 음식점과 가방ㆍ의류ㆍ액세서리ㆍ노래방 등 작은 가게들이 일직선상으로 쭉 들어서 있다.
웬만한 음식점의 한달 임대료가 1만5,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땅값이 비싼 탓인지 한국 가게들은 자가 건물을 소유하지 못하고 거의 건물주에게 렌트비를 주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가 갈수록 코리아타운을 떠나는 한국 가게들이 많다.
가방과 의류ㆍ액세서리 가게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가게에 밀려 맨해튼을 아예 떠나 뉴욕 외곽이나 인근 뉴저지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본국에서 싼 가격으로 물건을 떼 오는 중국과 동남아, 중동 가게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한국 가게들은 경쟁력에 밀려 가게를 아예 접거나 외곽으로 자리를 뜨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코리아타운에 가게를 열면 한국 제품의 가격이 싸고 품질도 좋아 성공을 예약하는 지름길로 통했지만 지금은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에서 맨해튼 남쪽으로 내려가면 카날 스트리트 주변에 차이나타운이 있다. 중국 전통 음식점과 금은방ㆍ패션ㆍ의류ㆍ가방 등 가게 간판은 온통 중국어로 뒤덮여 마치 중국에 온 듯한 인상을 풍긴다. 미국 최대 중국인 거리다. 웬만한 관광 가이드북에는 차이나타운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매년 중국인 가게들이 들어서 차이나타운은 점점 영토를 넓혀 나가고 있다. 외국인들도 이제는 코리아타운보다는 맨해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 차이나타운으로 발길을 돌린다.
한국 상권을 중국인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코리아타운 가게들은 합병을 해 덩치를 키우거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업종전환을 시도하는 등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을 보면서 한국과 중국 경제의 축소판이 뉴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한국의 노동집약 산업은 중국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동남아나 중국 등으로 공장을 아예 옮기고 있다. 첨단기술 업종만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얻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은 한국 경제가 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노동집약 산업에서 첨단기술 분야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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