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2,500여명의 대출자가 제기한 근저당 설정비용 반환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해당 은행측의 요청에 따라 국내 한 대학 교수팀을 파견해 해당 은행의 전산자료에 대한 감정을 실시했다. 교수팀은 고객과 은행이 근저당 설정비를 실제로 어느 정도 비율로 부담했는지, 은행의 실적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고객 부담 비율이 달라졌는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부는 "봐야 할 것은 많은데 은행 측이 낸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좀 더 면밀한 검토를 위해 감정을 실시했다"며 "다음달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정 결과가 선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법원에 흩어져 진행되고 있는 근저당 설정비용 반환 소송의 당사자들은 이 감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고 판결을 내린 이후 은행들은 근저당 설정비를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은행이 일부를 부담한 것으로 감정 결과가 나올 경우 해당 부분을 뺀 나머지만 고객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다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민사합의21부 재판이 규모가 커 자료도 더 많이 제출됐을 것이므로 (감정 결과가) 관련 사건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곳의 감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판단 유보를 한 재판부도 있다"고 전했다.
감정 결과가 소송의 승패를 직접적으로 가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소송에서 대출자를 대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감정은 선택사항일 뿐이며, 설정비 실제 부담 비율은 수많은 쟁점 중 하나"라며 "은행 측이 근저당비를 대출자한테 떠넘겨 놓고 이제 와서 형식적 부담 비율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변호사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법원의 판단 취지대로 판결이 나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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