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사는 정성진(33·사진)씨는 요즘 9개월 된 딸아이의 재롱이 예전보다 한층 예쁘게만 보인다. 고향인 전북 임실군에 내려가 양계장을 하는 부모님을 위해 단독주택을 다시 지어 함께 살 꿈에도 부풀어 있다. 정씨가 이런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불과 며칠 전부터다. 현대자동차 기술직(정규직)으로 지난 8일부터 정식 출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2007년부터 전주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했다. 정규직과 월급 차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비정규직'이란 꼬리표는 늘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2012년 한 차례 회사를 옮겨가며 사내협력업체에 계속 근무했다. 그러다 회사가 2012년 말부터 사내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직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4,000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간절히 원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2012년 198명을 시작으로 2013년 1,658명, 지난해 982명의 정규직 명단에 정씨는 포함되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이번 특별고용에서 정씨는 결국 합격 메시지를 받았다.
정씨는 지난 4월에 느낀 '문자 1통의 감격'을 다시 떠올렸다. 정씨는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현대자동차 최종 합격자 발표결과를 확인했을 때, 저는 웃지도,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합격 메시지만 계속 바라보며 스스로 기쁨을 만끽했다"고 당시 감정을 전했다. 무엇보다 정씨는 "아내는 너무 기뻤는지 수화기 너머로 연신 눈물을 흘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딸아이의 재롱을 보더라도 불안정한 직장탓에 기쁨과 우려가 교차했는데 요즘은 다르다"며 "이전보다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만큼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살고 있는 집을 고쳐 부모님도 모시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는 이런 마음을 담아 지난 5일 경주 현대호텔 컨벤션 홀에서 입사식 대표로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정씨와 비슷한 처지의 신입사원 400명이 이날 함께 자리했다. 2012년을 시작으로 정씨와 같이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현대차 근로자는 현재까지 3,238명에 이른다.
현대차는 762명을 추가해 올해 말까지 모두 4,000명을 정규직으로 뽑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8월 18일 전주와 아산공장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 간 합의한 '사내하도급 특별고용 합의'에 따른 것으로 회사는 2012년부터 선제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특별고용하고 있다.
특별고용과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까지 총 4,0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특별고용에 그치지 않고 향후 지속적으로 우대해 채용할 방침"이라며 "2016년 이후에는 정년퇴직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우대해서 채용하기 노사 합의했기 때문에 사내하도급 문제는 빠른 시일 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5,000~6,000여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해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지속적으로 특별고용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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