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열린 채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는 특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삼성은 20년 만에 전면 개편한 채용제도를 처음으로 적용한다. 더 많은 취업준비생이 지원할 수 있도록 3.0 이상이던 학점제한 기준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대신 직무적합성평가를 새로 도입했다. 지원서에 작성하는 전공과목 이수내용과 활동경험·에세이 등을 통해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을 쌓으려 노력하고 성취한 내용을 보겠다는 취지다. 롯데도 '능력 중심'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서 사진·수상경력 등처럼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들을 삭제했다. KT의 달인 채용이나 이랜드의 패션피플 특별채용 등 다양한 열린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열린 채용을 통해 지원자의 스펙보다 실무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구직과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 한 명당 취업 스펙을 쌓는 데 5,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스펙 9종 세트니 10종 세트니 하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 현실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국가·사회적으로나 취준생들 모두에게나 바람직하지 않다. 열린 채용의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지만 과열된 스펙 경쟁을 누그러뜨리는 좋은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삼성 등의 열린 채용 실험에 주목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