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서울 양천구의 김경진(47)씨는 최근 심각한 학교폭력에 따른 인성교육과 해마다 바뀌는 정부의 입시정책 때문에 혼란스럽다. 김씨는 "입시정책이 자주 바뀌는데다 애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고 그 와중에 인성교육도 신경 써야 한다"며 "공부습관은 또 어떻게 길러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도 어려운데 여러 가지를 두루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자녀교육 방향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자녀교육 방향과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다. 누군가 '딱 이것만 하라'고 정해주거나 '적어도 이것만큼은 놓치지 말라'는 기준선이라도 그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뚜렷한 진로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확실하다면 현재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아이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윤정은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TV 시청이나 게임 등 즉흥적으로 즐기고 끝나는 흥미가 아닌 지속적인 흥미를 찾아야 한다"며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워하며 몰입하는지 평소에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성향에 적합한 교내활동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교내활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의 대학입시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수시전형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진로에 적합한 교내활동들을 얼마만큼 일관되게 지속해왔는지를 주요한 평가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교과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보다는 일찍부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이에 적합한 교내외 활동들을 찾아 꾸준히 진행해온 학생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교내활동을 도외시한 채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화려한 타이틀만 쌓는 비교과 활동은 입시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혹은 다니게 될 학교시스템을 먼저 정확히 파악해 어떤 측면들이 내 아이의 진로에 도움이 될지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필요하다면 각 지역의 교육청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학교알리미 시스템'에 접속해 근방의 학교들이 공개한 기본 정보들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또 아이의 과목별 선호도를 파악해 학기별 성적이 상향곡선을 그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성적을 과목별로 누적해 비교적 눈에 띄는 성취를 보이는 과목이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낮은 성취를 보이는 과목은 어떤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어 성적을 학기별로 누적해 분석해 보면 아이의 강점 과목과 약점 과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과목별 성취도 차이가 선호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량에서 나타나는 격차인지를 살펴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바람직한 학습방향을 설계ㆍ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약점 과목의 경우 지금 당장은 성취도가 낮아도 점진적인 상향곡선을 그린다면 진학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발전가능성에 주목하는 수시전형들에서는 점진적으로 높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의 잠재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는 "지금 당장의 성취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지난 학기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 주목해 강점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되 부족한 과목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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