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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재수' 없어요!" "수고했어요!"
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은 수능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의 목소리로 들썩거렸다. 학생들은 재수하지 말고 한 번에 대학에 붙으라는 의미로 '재수 없는 상명' '오늘로 끝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서울국제고ㆍ상명여고ㆍ신광여고 등 각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서 통로를 만들고 선배들이 지나갈 때마다 응원의 인사와 노래를 선물했다. 손에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를 쥐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응원을 위한 북과 피켓ㆍ현수막은 물론 가슴에 '1등급' 딱지를 붙인 젖소까지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4시부터 와 있었다는 정지인(서울국제고 2)양은 "얼마 후면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각오가 새롭다"며 "시험 보는 선배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올해도 지각생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입실을 20여분 남긴 오전7시50분 무렵부터는 퀵서비스 오토바이나 경찰차를 탄 학생들이 속속 도착해 발길을 재촉했다. 이화외고와 나란히 붙어있는 이화여고를 고사장으로 착각해 뒤늦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고사장을 찾아 온 학생도 있었다.
고사장으로 자녀를 들여보낸 학부모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정모씨는 "아이가 들어갔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더 있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는 "솔직히 말하면 노력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조금 있다가 교회로 기도하러 간다"고 밝혔다.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수능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다양했다.
예체능계열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임누리(배화여고 3)양은 "정시를 준비하고 있어 조금 떨린다"며 "수능만큼이나 수능 끝나고 바로 시작되는 실기 준비도 걱정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군은 "수시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만약 수시 합격이 안 되면 정시를 봐야 하므로 오늘 시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5시35분 제2외국어ㆍ한문 과목 시험이 종료되자 수험생들은 고사장에서 하나 둘 빠져 나왔고 마중 나온 학부모들은 저마다 자녀들의 손과 얼굴을 만지며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로 위로했다.
다소 아쉬운 표정의 수험생 최모양은 "수리와 외국어 영역이 좀 어려워서 헤맸다"며 "그래도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수험생은 자신이 시험을 치를 구리 인창고를 서울 서대문구의 인창고로 착각해 잘못 찾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이 이 학생은 수험당국의 배려로 잘못 찾은 학교에서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
한편 최고령 응시자는 서울 지역에서 시험을 본 류모씨로 1934년생이며 최연소 응시자는 1999년생 남학생 2명으로 만 13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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