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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의 화려한 부활

게임에 밀려 사양길 걷다 "고전적 상품에 역량 집중"

새 CEO 경영혁신 힘입어 완구업체 세계 2위 도약


워너브러더스의 애니메이션 '레고무비(The Lego Movie)'가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덴마크를 대표하는 완구회사 레고의 부활 스토리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 외신들은 16일 애니메이션 사상 개봉 첫 주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레고무비가 10년 전 파산위기에서 화려하게 일어선 레고사의 성공 스토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외신에 따르면 레고무비는 개봉 첫 주 말 미국에서만 6,910만달러의 박스오피스, 미국 외에서 1,81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영화는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레고 '에밋'이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영웅이 되고 반짝이는 창의력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내 결국 독재자를 물리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FT는 "영화의 내용은 레고의 부활에 대한 메타포"라고 평가했다. 사용설명서대로 조립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로 단순한 블록을 조립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레고의 핵심가치를 지킴으로써 회사도 부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80년 전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자녀에게 줄 장난감을 만들다 착안된 레고는 이후 전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1990년대 들어 닌텐도 등 비디오게임에 밀려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레고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흥행 영화 캐릭터들을 쏟아내고 유아용품과 패션잡화 등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2000년대 초반 파산위기를 맞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그러나 2004년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른 빅 크누드스토르프(사진)가 경영혁신을 단행하면서 '세기의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 혁신의 핵심은 다름 아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테마파크와 같은 비핵심 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유행을 타는 영화 캐릭터가 아닌 소방수·경찰과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예전의 단순하고 고전적인 상품에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기본 블록들을 여러 가지 모델에 다시 사용함으로써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레고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9억달러로 2007년 이후 3배 이상 늘어나며 마텔(바비인형 제조사)에 이어 세계 2위 완구업체로 도약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억3,700만달러로 마텔(1억1,200만달러)을 앞질렀다. 레고사의 성공 스토리를 분석한 책 '브릭 바이 브릭'을 쓴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데이비드 로버트슨 교수는 "1㎏당 1달러에 불과한 플라스틱이 레고의 블록으로 재탄생하면 ㎏당 75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한 레고의 성공은 1970~1980년 레고 전성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요즘 부모들의 덕도 크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가디언은 "자녀들이 비디오게임에 몰두할까 봐 걱정하는 부모들이 창의성을 기를 수 있고 자신들의 향수도 자극하는 레고를 자녀들에게 선물함으로써 레고 판매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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