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월가의 22개 투자기관 고위 신용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그들의 보험ㆍ연금운용사 고객은 올해 말 '무이자예금 무제한 원금보장제(TAG)' 만료를 앞두고 소형은행에서 예금을 빼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빼낸 돈을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ㆍ환매채 등 단기금융시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답변했다.
TAG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 소형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무이자 예금에 한해 무제한으로 원금을 보장해준 제도로 2010년 한 차례 연장됐지만 올해 말 또다시 종료시한을 맞는다. 그동안 JP모건 등 사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된 적은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큰손들의 예금규모가 워낙 커 실제 인출이 이뤄질 경우 미국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FDIC에 따르면 큰손들은 총 1조5,000억달러의 예금을 갖고 있다. 이는 세금인상과 예산 자동삭감에 따른 재정절벽 규모인 6,000억달러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더구나 이번 예금인출은 일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1년에 걸쳐 분산되는 재정절벽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세계금융시장 전문 칼럼니스트인 질리언 테트는 "재정절벽보다 TAG 종료가 더 큰 절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큰손들의 예금인출이 이뤄지면 2008년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소형은행들은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고 자칫 이와 연결된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 자금이 한꺼번에 단기 금융시장으로 몰리면서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재정절벽 우려에다 동부항만 파업위기, 국가부채의 법정상한선 도달 등으로 출렁이는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해결책은 의회가 TAG 종료시한을 또 한번 연기하는 것이지만 최근 상원에서 부결된 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13일 민주당 소속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대표가 발의한 TAG 2년 연장안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찬성 50, 반대 42로 부결됐다. 이후 재정절벽 우려에 묻혀 TAG 연장 관련 협상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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