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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獨 석유공급량 이유없이 '싹둑'

유럽 에너지안보 또 비상<br>7·8월당초 계약보다 3분의 1 줄여 '충격'<br>"가격인상·EU國 정유사 지분 노린듯" 분석


러시아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독일에 공급하는 석유를 지난달부터 3분의1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나 유럽의 에너지안보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유럽국가들이 러시아 석유ㆍ천연가스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측의 의사에 따라 에너지공급 안정성이 손상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2위의 석유업체인 루코일은 유럽 횡단 송유관인 ‘드루즈바(우호라는 뜻)’를 통해 독일에 공급하는 석유를 7ㆍ8월 두달간 당초 계약보다 3분의 1이나 줄였다. 독일의 전체 석유소비량의 5분의 1이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충당되기 때문에 러시아의 이번 행동은 독일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루코일측은 공급감축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다만 부족분은 곧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들은 루코일이 석유공급가격을 인상하거나 독일이나 기타 유럽지역의 정유업체 지분을 취득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행동을 했을 것으로 봤다. 러시아가 최근 원유수출세를 인상한데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이 원유보다 이문이 많은 석유제품으로 수출주종을 변경하기 위해 동유럽의 정유소를 인수하려고 추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공급감소 사태가 유럽국가들에 큰 충격을 준 것은 러시아측의 자의적인 공급중단에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안보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EU 국가들은 전체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 동유럽으로 갈수록 이 비중은 절대적이다. 에너지는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길게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된다. 올초에도 드루즈바 송유관이 지나는 벨로루시가 러시아와 분쟁을 겪으면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석유의 양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초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분쟁으로 가스관이 틀어 막힌 적이 있다. 러시아와 이웃 국가들의 다툼이 잦아지면서 에너지공급의 안정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출을 둘러싸고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이 미는 스트로스-칸 전 프랑스 재무장관에 대해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것과 이번 사건과 관련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무언의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에너지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대해 EU 국가들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 아프리카로부터 수입을 확대하거나 자체 에너지원을 늘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으로 수요가 늘면서 2030년까지 EU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오히려 7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EU가 에너지 안보에 더욱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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