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시절보다는 못하지만 안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여전하다. 전날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신당 지지율이 27.3%에 달했다. 새누리당에는 10%포인트 뒤지지만 민주당에는 두 배 이상 앞선다. 갈등으로 채색된 기존 정치판을 그대로 놓아둬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역으로 새 정치의 실체를 못 보여주면 과거 수많은 군소정당이 그랬던 것처럼 소리 없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안 의원은 아직 답하지 않은 게 너무 많다. 우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이후 갈갈이 찢긴 우리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을 제3의 길이라는 실체를 내놓아야 한다. 야당을 분열시키지 않고 세력을 키우면서 민생을 챙기는 지혜도 짜내야 한다. 여태껏 안 의원 개인에게 의존했던 지지도를 정당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성공 못한 쉽지 않은 길이다.
국민이 안철수 신당에 거는 기대는 분명하다. 대립과 갈등만 양산하며 양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를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로 되돌려놓으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집권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공조가 필요하겠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여당에도 손을 내밀 줄 아는 균형자가 돼야 한다. 안철수 신당이 뺄셈만 판치는 우리 정치판에서 덧셈의 묘미를 제시해 새 이정표를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야당 분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을 길도 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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