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의 말처럼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패하면 공직사회 전반이 불신을 받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직무능력을 가졌어도 무용지물이다. 공무원의 최우선 덕목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도덕성이다. 그렇다면 총리 같은 고위공직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옳다. 흠결 있는 총리에게 국정 장악력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은 물론 질문지도 그 흔한 토지대장 한번 떼어보지 않고 총리 후보자를 내세워 참극을 초래했다. 이런 판에 검증부실은 돌아보지 않고 여론 탓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교롭게도 김 전 후보자가 전격 사퇴한 당일 미국 상원은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를 압도적 찬성으로 인준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무려 16단계에 달하는 혹독한 사전검증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는 대통령 비서실과 국세청, 정부 윤리위원회, 인사관리처, 사법부, 상원 법무국 같은 기관들이 총동원돼 어린 시절과 주변인물, 재산형성 과정, 과거 발언까지 후보자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쳤다. 그래도 가혹하다는 지적은 없다.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나흘 안에 차기 총리를 인선하지 못한다면 조각도 힘들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정치불신을 피하려면 기존 검증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도덕성을 검증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준하는 그물망식 검증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야 마땅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