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50년 전 고 박정희 대통령 방독이 조국 근대화를 위한 외교적 행보였다면 이번 방문은 주요 20개국(G20) 국가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확인시켜 준 쾌거였다. 특히 유럽 경제의 우등생으로 우뚝 선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음미해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됐다.
5%대의 낮은 실업률,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10%를 상회하는 높은 저축률로 상징되는 독일 경제의 힘은 뛰어난 산업 경쟁력에서 나온다. 일과 학습을 조화시키는 도제식 기술교육,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강소기업 미텔슈탄트,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독일의 직업교육제도는 많은 나라의 롤모델이 돼왔다. 학교교육과 기업 현장실습이 적절히 조화된 듀얼시스템은 기술 경쟁력과 장인 기술주의를 가능케 했다. 직업학교에 대한 책임은 각 지방정부가 지고 기업에서의 훈련은 연방정부가 제정한 직업교육법에 따라 이뤄진다. 일주일에 3∼4일은 직장에서 도제식 훈련을 받고 1∼2일은 학교수업을 받는다. 훈련생들은 숙련인력 초봉의 3분의1 수준인 임금을 받는다. 50만개 이상의 기업이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는데 대부분이 종업원 50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도제식 교육시스템은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를 최소화하고 청년실업과 노동인력 부족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텔슈탄트의 선전도 주목된다. 근로자 500명, 매출 5,000만 유로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2012년 기준 전세계 2,734개 강소기업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의 60%, 수출의 20% 정도를 담당한다. 세계 최대 연필 제조회사 파버카스텔, 수제 칼의 대명사 헹켈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세탁기로 우리나라 주부들에게도 인기 있는 가전업체 밀레 역시 성공한 강소기업이다. 가격보다 품질과 성능으로 승부한다. 100% 무차입 경영, 가업 승계, 자국 내 생산(Made in Germany)을 고집하는 기업가정신이 글로벌 경쟁력의 숨은 비결이다. 미텔슈탄트의 성공 요인으로 지목되는 선택과 집중, 숙련된 기능공, 합리적 가족경영, 세계화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양질의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한 우물을 파 국내시장의 한계를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 기업성장이 가능하다.
독일 기업의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도 막강 제조업의 숨은 효자다. 글로벌 500대 R&D 투자기업 중 독일 기업은 41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13개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6.5%로 3.1%인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폭스바겐·지멘스·바스프·다임러벤츠 등 주력 제조업체는 시장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프라운호퍼·막스프랑크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 협력도 한몫하고 있다. 기초기술에서 첨단기술까지를 망라하는 촘촘한 기술가치 사슬을 잘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재 모 독일 기업에서 타 직원의 법인카드를 회식비용으로 대신 사용한 중견 간부가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정직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투명한 기업경영이 독일 경제가 왜 선전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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