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말이요? 예정대로 되면야 좋겠는데.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좀더 지켜봐야겠네요.”전남 무안군청 민원실 앞에서 만난 주민 김정우(41)씨가 무안기업도시 선정 이후의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말이다. 김씨는 “인근에 있는 대불공단도 준공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는데 입주업체가 차지 않고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곳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기업도시 전망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내비쳤다. 무안군이 지난해 7월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시범사업으로 선정된지 8개월을 넘어서면서 기업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씨의 반응처럼 의외로 담담한 표정들이다. 선정 당시 길거리마다 기업도시 선정을 축하하는 각종 단체들의 현수막이 걸리고 선정축하 행사 등으로 들떴던 분위기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다만 주민들은 앞으로 기업도시 건설이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무안읍내에서 영업중인 한 금융기관의 지점장은 “아직 큰 그림만 그려져 있는 상태라서 주민들이 기업도시 선정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안 기업도시 예정지 땅값에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예정지 땅값은 현재 평당 5만~10만선이다. 목포 인접지역으로 개발호재가 꾸준히 한두건씩 흘러나오는 지역의 땅값이라곤 믿기지 않는 시세이다. 기업도시 선정 직후 달아오른 기대심리를 겨냥, 경쟁적으로 사무실을 냈던 많은 중개업소들도 최근에는 폐업신고를 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무안읍 한겨레공인의 안문기 사장은 “기업도시 선정 직후 잠시 들썩거리기도 했던 땅값이 요즘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 그물망 규제로 옴쭉달싹 못한다”며 “매물을 내놓거나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사업추진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 2개사가 설립되고 무안 기업도시 건설의 한 축이 될 중국측이 지난 주 이곳에서 현지 실사를 하며 투자여부를 검토하는 등 사업이 하나씩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범군민 무안기업도시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승달예술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군민의 관심과 성원이 기업도시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시들해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도 무안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무안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무안군이 계획한 기업도시는 무안읍, 청계ㆍ현경ㆍ망운면 1,220만평의 광활한 대지에 오는 2011년까지 2조7,37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 24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제조업과 교역위주의 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주관할 특수목적법인인 무안기업도시개발㈜와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이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설립됐다. 특히 중국자본이 참여하는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는 전체 1,220만평 가운데 절반 가량인 600만평에 중국산업단지와 차이나타운, 업무단지 등을 조성하게 된다. 무안군도 군청 내에 기업도시건설지원사업소 설치, 기업도시참여를 위한 지방채 발행 승인 요청, 편입용지 보상 및 이전대전 대책 등을 발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두 법인이 이 달 초 발주한 개발계획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민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건설교통부 승인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무안기업도시건설지원사업소의 고재현씨는 “국내기업과 중국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무안기업도시는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겨 서남권의 중심도시로 발전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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