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발표한 '2009년 상반기 한류 콘텐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방송 콘텐츠 수출이 2년 전과 비교해 무려 5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 방송 콘텐츠 산업의 우수성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처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접하니 새삼 뿌듯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2009년도 상반기 방송 콘텐츠 수출은 7,924만5,000달러. 이는 지난 2007년도 상반기 수출액 5,012만달러보다 58.1%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상파 방송 수출이 7,470만6,000달러로 전체의 94%를 차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수출 8,000만弗 달해 우리 방송 콘텐츠의 우수성은 이미 여러 국제무대에서 검증됐다. 5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국제영상프로그램박람회(MIPTV 2009)에서는 계약 가능액 1,600만달러를 기록했다. 9월12일 폐막한 '제9회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09)'에서도 2,056만달러 규모의 방송 콘텐츠가 해외에 판매됐다. 시청률 40%의 국민 드라마 '선덕여왕(MBC)'과 '결혼 못하는 남자(KBS)' '스타일(SBS)'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야말로 동아시아 문화강국이라는 슬로건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듯하다. 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의 동력과 가능성에 대한 동아시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방송인, 미디어 연구자들,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한국 방송의 발전상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아시아문화동반자 방송영상 전문인 연수는 이런 관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우리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문화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동아시아 각국의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 이론이나 방송제작 실습, 작품 제작 및 평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에도 터키ㆍ필리핀 등 7개국에서 온 총 8명의 전문인력들이 한국에서 머물며 6개월간의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그중에는 20년 경력의 부장급 PD가 있는가 하면 키르키스스탄에서 온 스물다섯 살의 당찬 리포터도 있다. 국적도, 직무도, 나이도 다양한 8명의 전문인력은 드라마, 음반 제작사례 분석, 디지털 음향ㆍ영상 편집, 콘텐츠 기업 등을 방문해 한국 방송산업의 생생한 속살을 접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 방송산업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미얀마 군인방송(MWD TV)에서는 프라임타임에 한국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편성한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ㆍ일본 드라마가 대부분이었으나 '대장금'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터키 국영방송(TRT)에서는 '선덕여왕' 등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를 구입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김치와 소주를 먹고 싶어하고 한국 거리를 방문해 보고 싶어한다. 한국에 대한 호감은 관광객을 늘리고 한국 상품의 판매율을 높인다. 이것이 콘텐츠 산업의 힘이자 가능성이다. 실제로 연수에 참가한 방송인들도 세계문화축전ㆍ서울세계태권도지도자포럼 등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을 두루 방문한다. 다들 드라마 '대장금'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대장금 테마파크 방문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비단 교육에 참여한 쪽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우리 산업과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콘텐츠를 생산해낸다면 그것만큼 한국 콘텐츠 산업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실제로 2006년 몽골 참가자인 바야르쿠가 교육과정 동안 제작한 다큐멘터리'몽골보다 가까워진 한국(Mongol near to Korea)'이 몽골 국립방송에서 13회에 걸쳐 방영돼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문화·산업등 관심 잇는 계기돼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들을 통해 동아시아의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문화에는 높고 낮음이 없어 나누고 소통할수록 풍성해지게 마련이다.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취할 것은 취하면서 우리 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6월 시작된 과정은 이제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참여자들은 한국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앞두고 한창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의 한지를 다뤄보겠다는 팀도 있고 자신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직접 다큐멘터리로 담아보겠다는 팀도 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벌써 사뭇 기대가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