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관료들 중에는 "검찰과 달리 강제수사권이 없어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 제출에 한계가 있다"거나 "(공정위 관료 출신 선배들과) 고위 판검사 등을 지낸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가 무척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영미법(英美法) 요소가 강한 공정거래법에 대한 판사들의 이해도를 문제 삼는 지적도 있으나 그래도 본질은 대법원이 적시했듯이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담합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데 있다.
검찰이든 공정위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유소 기름값 잡기 정책 등 청와대의 코드에 맞춰 무리한 조사를 하다 보니 탈이 난 게다. 반면 공정위가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LPG 가격담합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지난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온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과징금 감면)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유사 담합 혐의 사건에서도 공정위는 GS칼텍스 측의 신고내용을 과신하다 일을 그르쳤다. 공정위가 담합을 주도하거나 경쟁사 보복에 이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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