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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준법지원인 핑계로 법조계 밥그릇 챙겨주려는 국회

기업의 내부경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2012년 4월 도입된 준법지원인제가 겉돌고 있다. 처음부터 존재이유 자체가 뚜렷하지 않았던 만큼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준법지원인을 둔 곳은 전체 대상(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기업 304개사 가운데 123개사에 불과하다. 중견·중소기업은 준법감시인 신규 채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찮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도 사내 변호사가 겸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감사나 사외이사제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수단이 충분한데다 준법지원인의 역할이 기존 법무팀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준법지원인제는 국회가 우격다짐으로 도입을 시도했을 때부터 기업 현장에 부담만 줄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혜택을 보는 법조인들만 찬성하는 바람에 당연히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 '옥상옥'이라는 비난이 쏟아져나왔다. 하긴 업계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으면 국회가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어물쩍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겠는가.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됐을 정도다.

지금도 준법지원인제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제도가 유명무실화된 원인이 처벌규정 미비에 있다는 듯이 호도하고 있다.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실로 상법에 미선임 기업에 대한 제재 조항을 넣는 것도 모자라 의무공시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법조계의 밥그릇만 챙겨주겠다는 심사가 노골적이다.



국회는 법조계 등 이익단체의 목소리나 대변하는 헌법기구가 아니다. 준법지원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면 대졸 신입사원 5~6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실효성은 없으면서 불필요한 부담만 지우는 제도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제도 자체를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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