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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등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대단지 재개발 아파트들이 착한 분양가로 수요 몰이에 나서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들이 고분양가로 대규모 미분양 물량 부담을 떠안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기에 일반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을 앞둔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1구역은 일반분양가를 3.3㎡당 1,800만원 초반대에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분양된 왕십리2구역의 평균 분양가(1,940만원)보다 14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당초 조합 측은 일반분양가를 1,900만원 초반대에 책정했으나 4월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열어 분양가를 12%가량 내렸다. 이에 따라 6억3,165만원에 분양될 예정이던 전용 84㎡ A타입은 분양가가 5억9,800만원으로 낮아졌다.
1구역조합이 분양가를 낮춘 것은 2구역에서 미분양이 대량 발생해 가격을 20%가량 깎아 할인 분양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인근 푸른공인의 김석진 사장은 "1구역의 일반분양가가 2구역의 할인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싼 수준"이라면서 "2구역보다 위치도 좋고 건폐율도 낮아 쾌적하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이면 분양이 꽤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왕십리1구역은 59~148㎡ 총 1,702가구 규모로, 일반분양분이 607가구에 달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4구역을 재개발해 조만간 분양하는 '공덕 자이' 역시 인근 재개발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를 낮춘 케이스. 총 1,164가구(일반분양 212가구)의 공덕 자이는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1,680만원으로 전용 59㎡ 5억1,480만원, 84㎡ 6억7,930만~6억9,990만원, 114㎡ 8억3,140만원선이다. 59ㆍ84㎡는 지난해 초 공급된 인근 3구역의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와 비슷하지만 114㎡형은 10%가량 저렴하다. 다소 높은 분양가에 따라 중대형 평형이 대거 미분양된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114㎡형의 분양가를 전략적으로 낮춘 셈이다.
총 4,300가구 중 1,550가구를 일반분양하는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은 인근 3구역의 'DMC 래미안e편한세상'의 시세 수준에 분양가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DMC가재울4구역(가칭) 84㎡형은 일반분양가가 5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말 입주한 3구역 DMC 래미안e편한세상의 같은 주택형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4구역의 분양가는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미분양을 우려한 시공사 측에서 분양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GS건설과 SK건설ㆍ현대산업개발은 일반분양가를 1,500만원 후반대까지 내릴 것을 조합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84㎡의 일반분양가는 5억3,000만원 정도로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해진다.
하지만 추가 분담금이 높아지는 조합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분양가를 낮춰 빨리 물량을 털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낮춘 분양가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조합원들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인근 A공인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3구역의 경우 조합원들이 입주 때 10%가량의 추가 분담금을 더 내면서 결국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 보다 비싸졌다"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가와 조합원분양가가 적어도 1억원 이상 차이가 나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요자들이 가격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신규분양은 물론 미분양 단지의 가격 인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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