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경제여건이 좋다 하더라도 부정부패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하면 당장 외국인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부정부패가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걸림돌인 한편 글로벌 시대에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강력한 관련 법을 시행하면서 투명한 사회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미국은 이미 지난 1962년 제정한 뇌물ㆍ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 법률(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 18 USC 11)에 따라 의회와 미 연방정부의 각 부처ㆍ기관ㆍ자국의 위임을 받아 직무상 기능을 수행하는 공무원과 종사자, 일반인과 배심원이 공직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금품을 받거나 이들에게 뇌물을 주려고 한 사람들은 적발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해 적발된 공직자와 뇌물 제공자는 벌금과 수수한 뇌물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 중 액수가 많은 쪽의 벌금을 부과하고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모두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도 2011년 7월 뇌물수수법(UK Bribery Act)을 시행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법으로 불린다. 영국의 뇌물수수법은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영국 기업은 자사와 협력하는 에이전트 또는 계약자 같은 제3의 서비스 공급업자에 의한 관료 뇌물 혐의가 자사의 사업 취득ㆍ유지ㆍ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뇌물수수가 적법하게 인정되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뇌물수수도 처벌 대상이 돼 영국 기업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외국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뇌물수수 적발시에는 무제한적 벌금에 최고 10년형과 정부조달 참여 금지, 이사회 자격 박탈, 자산 몰수 등의 강력한 조치가 뒤따른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국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공직사회의 이해충돌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OECD는 이해충돌에 대한 정의를 공직자가 정책결정 등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반되는 의견충돌과 갈등에 직면해 각계각층의 로비와 뇌물 제공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사적 이해관계가 실제 공직자의 직무수행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이해충돌보다는 위법행위 또는 직권남용 사건으로 부정부패에 휘말려 드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OECD는 이를 피하기 위해 공직자가 ▦공익에 봉사 ▦투명성과 정밀감시 지원 ▦개인 책임과 솔선수범 강화 ▦이해충돌을 용인하지 않는 조직문화 형성 ▦정책 체제 발전 등의 5가지 가이드라인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고문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은 여전해 해외에 나가 수주하기 위해 해당 국가 관료들에게 뇌물을 건네는 일을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는 각국이 부정부패방지법을 통한 공직사회 부패척결에 노력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마인드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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