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실의 최철한은 과연 수읽기가 깊고 정확했다. 패가 나는데 흑이 망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잠시 후에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수읽기라면 이세돌이야말로 세계제일로 알려져 있잖아. 철한이의 예측이 사실이라면 오늘 이세돌의 수읽기에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걸까?"(김성룡) 이세돌이나 최철한이 아니라도 프로라면 누구나 이 수상전의 최후를 읽는다. 김성룡9단이 최철한에게 결과를 물어본 것은 괜히 한번 확인해본 일종의 제스처였다. 이 수상전은 곁길이 거의 없으므로 비교적 쉬운 수읽기에 속한다. 정상급 프로는 1백 수 정도의 복잡한 수읽기도 거의 차질 없이 하는데 고작 30수면 끝이 보이는 이런 수읽기라면 초단도 착오가 없는 법이다. 물론 이세돌도 그 끝을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그의 결론은 이러했다. '흑이 먼저 따내는 패이며 흑은 모든 팻감을 불청하고 해소하여 무조건 흑승' 이것이 이세돌의 수읽기였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고 그것은 다음 보에서 밝혀진다. 흑1을 이세돌은 딱 3초만에 두었는데 그때라도 그는 뒤를 돌아다보고 물러섰어야 했다. 참고도1의 흑1 이하 4였으면 약간 흑이 불리하긴 해도 아직은 미세한 계가바둑이었다. 실전보의 백20은 수상전의 요령. 참고도2의 백1로 그냥 수를 메우는 것은 흑에게 역으로 흑4를 당하게 되어 백이 그냥 다 잡힌다.(12,15…4. 13…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