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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외길 인생 끝에 28년 만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승마는 26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에서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재회했다. 베테랑 송상욱(41·렛츠런승마단)이 해냈다. 송상욱은 이날 종합마술 마지막 장애물 경기에서 기준 시간 안에 실수 없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감점을 피했다. 앞선 마장마술·크로스컨트리에서 1위를 달리던 그는 합산 결과 27명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37.90점 감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는 중국의 화톈(41.10감점), 3위는 한국의 방시레(41.30감점)였다. 송상욱은 또 나라별 출전 선수 4명 가운데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다.
동메달을 챙긴 방시레(26·렛츠런승마단)와 전체 11위에 해당하는 53.80감점을 받은 홍원재(21·단국대)가 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이전까지 한국의 아시안게임 종합마술 금메달은 1986년 서울 대회 때 최명진(개인전)이 유일했다. 이 종목 개인·단체전 석권은 한국 승마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송상욱은 한국 종합마술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2관왕을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령자인 전재식(47·렛츠런승마단)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63.10감점을 받았으나 동료들의 도움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나라가 종합마술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독식한 것은 2010년 도하 대회 때 일본 이후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앞서 마장마술에서 개인·단체 5연패를 달성한 한국 승마는 그동안 조용하던 종합마술에서까지 금메달 2개를 터뜨리며 전성기를 열었다. 종합마술은 별도 종목이 있는 마장마술, 장애물에 3.3㎞ 코스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까지 3개 경기 결과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이날 종합마술에서 쾌거를 이룩한 송상욱은 '귀족 스포츠' 승마 종목에서는 드문 평범한 가정 출신이다.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자 초등학교 4학년 때 말에 올라 30년 넘게 고삐를 잡고 있다. 부산시체육회 소속으로 성인 무대에 뛰어든 송상욱은 다른 선수들처럼 비싼 말을 탈 여력이 안돼 매순간 한계에 부닥쳤지만 더 좋은 말을 제공하는 팀으로 수차례 옮겨가며 승마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장애물 단체전에서 은메달도 땄다. 하지만 기쁨과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함께 겪었다. 도하 대회 종합마술 경기에서 선배 김형칠이 불의의 낙마 사고로 숨진 것. 송상욱에게는 20년간 함께 말을 탄 둘도 없는 동료였다.
이 대회 뒤 송상욱은 한국마사회(현 렛츠런승마단)로 팀을 옮겨 장애물에서 종합마술로 종목을 바꿨다.
선배의 길을 따르게 된 것이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서 7위에 그쳤던 송상욱은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6개월간의 독일 전지훈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마사회는 김형칠의 사고 이후 종합마술에 도전하려는 선수가 크게 줄자 송상욱과 방시레·전재식 3명을 독일로 보내는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꺼내 들었다.
독일 최고 수준 대회인 라이더스 투어에서 한때 1위를 달리는 등 자신감을 얻은 송상욱은 마침내 아시아 무대를 제패하면서 마사회의 지원에 화끈하게 보답했다. 고 김형칠의 영전에도 빛나는 금메달을 바칠 수 있게 됐다. 말과 결혼하다시피 했던 송상욱은 11월27일 '진짜'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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