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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위상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탈산업화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교수가 온라인 포럼에서 맞붙었던 것이 대표적 예다.
논쟁의 두 가지 키워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었다. 강력한 제조기반 없이 경제적 번영은 없다는 장 교수의 주장과 서비스 기반 경제로도 부유해질 수 있다는 바그와티 교수의 견해가 충돌했다.
탈산업화는 지난 1973년 미국의 사회학자 다니엘 벨이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후 선진국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겨져 왔다. 경제가 선진화되면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정체되면서 지식 중심의 서비스산업이 사회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게 탈산업화의 요지다.
이 같은 믿음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융 등의 서비스업 비중을 높인 나라들보다 제조업 기반을 강화한 나라들이 위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제조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이 제조업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탈산업화가 아니라 재산업화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강점은 여전히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ㆍ전기ㆍ전자 등의 제조업에 있다. 우리나라만큼 국가 주력산업 분야에서 두루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만큼 양측이 활발하게 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를 개장하면서 새로운 휴대폰 시장이 열리고, 정수기ㆍ카펫ㆍ타이어를 팔기만 하던 것에서 렌털 및 유지관리 서비스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점점 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돼 서로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과 고객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확보한 제조업의 강점을 서비스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시스템적 사고가 절실하다. 예컨대 제조업의 생산관리 기법을 금융ㆍ의료ㆍ관광 등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경우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품화는 이미 시작됐다. 서로 상반된 듯 보이던 것들이 경계를 넘어 시너지를 일으키는 현상. 이것이 융합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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