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주택시장의 향방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대소득 과세 및 금융규제 완화 여부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매매가 및 전세가는 하반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학계·금융계·건설업계·중개업계 등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14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26명)가 하반기 주택가격이 '5% 미만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보합(36%)' '5% 이상 상승(8%)' '5% 미만 하락(4%)'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하반기 집값 상승을 예상한 것이다.
◇하반기 매매·전셋값 '5% 미만 상승'=하반기 집값 상승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규제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구매심리 개선(70%)'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한 만큼 집값이 지난해처럼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집값은 2%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셋값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 응답자의 82%에 달해 당분간 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반기 전셋값이 '5% 미만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58%로 가장 많았고 '5% 이상 상승(24%)' '보합(16%)'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이 전셋값 상승을 전망한 것은 '전세물량이 부족하기 때문(71%)'이다. 집주인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절대적인 전세물량이 부족해진 탓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지겠지만 오름폭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택 매매시장의 기대감을 회복시켜주지 못하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소득 과세, 금융규제 완화 시급=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로 '규제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70%)'을 첫 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소비 등 국내 실물경제 회복(26%)'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추가 대책으로는 '2·26대책 추가 보완조치(44%)'와 'DTI·LTV 등 금융규제 완화(42%)'라는 응답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예전에 도입된 투기수요 억제책들이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씨 뿌리기 전에 밭을 갈듯이 과도한 가격상승 시기에 수요조절을 위해 도입한 정책들을 없애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주택자 전세 과세 방침에 대해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과세하면 안 된다(76%)'는 응답이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해야 한다(16%)'는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세 공급을 우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평성만 고려해 전세 과세를 주장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꾸준한 규제완화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 유입돼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절반이 넘는 52%(26명)가 'C학점(70점 이상~80점 미만)'을 줬고 'D학점(26%)'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가장 잘한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36%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꼽았다.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여유계층의 주택구매를 유도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의 가장 큰 실수로는 응답자의 42%가 '2·26대책'을 지적했다. 올 초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시기에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발표한 것은 '타이밍의 실패'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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