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 파타 엘시시(59·사진) 이집트 국방장관이 다음달 치러질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엘시시 장관은 이날 국영매체를 통해 방영된 TV연설에서 퇴역 및 대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대다수 이집트인의 요구에 부응해 대권에 도전하겠다"면서 "오늘이 내가 군복을 입는 마지막 날이며 이집트를 공포와 테러에서 구하기 위해 매 순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법에는 군인 신분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제2의 나세르'로 불리는 엘시시가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9개월 만에 집권 의사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집트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집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는 이미 현 이집트 과도정부를 움직이는 사실상의 지도자로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군부를 등에 업은 엘시시의 승리를 예상하고 아예 출마를 포기했다"면서 "현재까지 대권 경쟁 참가를 선언한 다른 후보는 좌파 정치인으로 지난 2012년 대선서 3등을 차지했던 함딘 사바히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마저도 구색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게 현지 여론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이자 지난 대선에서 무르시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아흐메드 샤피크도 '대세'를 거론하며 엘시시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군부 수장인 엘시시의 공식 집권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으킨 이집트 민주주의가 결국 단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과거 군사정권이 충동질했던 국가주의 열기가 무르시 몰락 이후 이집트 전역에 들불처럼 번지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그가 혼란스러운 이집트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을 중심으로 한 무르시 지지파가 곳곳에서 정부와 유혈충돌을 벌이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이 넘었다. 이집트 사법부는 24일 무르시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데 이어 919명을 추가 재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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